[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흥국생명의 비상식적인 행보에 선수단은 물론 V리그 구성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이해할 수 없는 결정으로 논란을 야기시킨 것도 모자라 거짓투성이 해명으로 스스로 사태를 걷잡을 수 없게 키웠다.
그리고 이런 논란의 중심에는 김여일 전 단장이 존재한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방향성을 운운하며 권순찬 감독을 경질했다. 아울러 김 전 단장의 사퇴도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김 전 단장의 사퇴는 단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일 뿐, 그룹을 떠나는 게 아니다. 그의 보직은 추후 임원 인사를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권 전 감독의 경질에는 김 전 단장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선수 기용 개입은 물론 로테이션 구성까지 간섭해선 안 될 지도자 영역에 간섭하며 선수단을 흔들었다.
신용준 신임 단장이 5일 "선수 기용에 대한 개입은 없었다"라며 "선수단 운영에 대해 갈등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로테이션에 대해 의견이 안 맞았다"고 선수 기용 개입을 부인했지만 선수단은 이를 정면 반박했다.
김해란은 "선수들도 알고 있었다. 이로 인해 마음이 상한 선수도 있었고, 나 또한 그랬다"라고 밝혔다. 그는 재차 '선수 기용을 놓고 지시가 있었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김연경 역시 "(선수)기용에 대해 얘기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원하는 대로 경기 하다가 지는 경우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현재 흥국생명 사태를 종합하면 김 전 단장은 선수의 은퇴를 종용하는 것도 모자라 특정 선수들 기용을 두고 권 전 감독을 압박했다. 또한 유튜브 등에서 떠도는 팬들의 의견을 종합해 사령탑 전술을 꼬집는 카드로 활용했다.
김 전 단장의 비상식적인 행보는 비단 이번 사태로 국한되지 않는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김연경의 복귀가 늦어진 것도 그의 작품이다.
당초 김연경의 흥국생명 복귀는 이동국 전 단장의 지휘 아래 순조롭게 진행됐다. 좁힐 이견이 없을 정도로 복귀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5월 전임 김여일 단장이 돌아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여일 단장은 '학교 폭력' 물의를 일으키고도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이재영, 이다영을 끝까지 감쌌던 인물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의 국가대표 제명과 팬들의 트럭 시위 등도 무시하고 선수 등록 강행도 불사했었다. 쌍둥이 자매의 해외 진출에도 힘을 보탰었다.
김 전 단장의 복귀로 김연경의 협상도 중단된 상황. 당시 김 전 단장은 '아이뉴스24'와 전화통화에서 '김연경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묻자 "선수 본인이 선택해야 한다. 구단은 선수 선택을 존중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어 '구단은 김연경의 복귀를 원하느냐'는 물음에 "왜 우리에게 김연경을 영입하라고 종용하느냐"며 역정을 냈다.
당시 김 전 단장은 구단이 김연경을 원해서 데려오는 것이 아닌 선수가 굽히며 구단을 찾아오는 모습을 원했던 모양새다.
이번 흥국생명 사태에서 권 전 감독과 선수단, 신임 단장의 입장은 나왔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가장 핵심인 김 전 단장의 목소리만 빠졌다.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김 전 단장. 답답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언제까지 무시할 수 있을까.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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