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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속 자금난 겪는 벤처기업…"정책금융 강화 등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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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금 축소·긴축 통화 등으로 자금난 심화…3분기 벤처캐피탈투자 40.1%↓

[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속 정부의 지원금마저 축소되면서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이 힘들어졌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따라 정책금융을 강화하고 무담보 대출을 확대하는 등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의 SGI는 14일 발표한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점검 및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을 평가하고, 향후 원활한 자금조달를 위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현재 벤처기업은 정부지원금과 은행대출에 대한 자금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벤처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벤처기업의 신규자금 중 64.1%는 정책지원금으로, 28.2%는 은행대출을 통해 조달됐다. 벤처투자 시장의 주요 자금원으로 자리잡고 있는 벤처캐피탈의 투자재원을 살펴보면, 2021년 기준 벤처투자조합의 출자자 중 정책금융의 비중이 29.5%를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지원금 축소, 긴축적 통화정책 등으로 벤처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고 봤다. 내년 정부의 정책자금과 모태펀드 예산은 각각 19.6%, 39.7% 감소하며 자금 지원 규모가 2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

서울 도심 빌딩 스케치 [사진=정소희 기자]
서울 도심 빌딩 스케치 [사진=정소희 기자]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시중 유동성도 축소되고 있다.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 성향이 강화되고, 높아진 시중금리에 따라 벤처자금 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금융기관이 예금, 회사채 등으로 자금투자를 전환할 것이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은 외부자금에 대한 만성적인 초과수요 상태인 경우가 많아 자금공급이 줄어들면 벤처기업의 자금난은 빠른 속도로 어려워지게 된다. 실제 올해 3분기 벤처캐피탈투자는 경기 불확실성과 고금리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전년동기대비 40.1%나 감소했다.

이에 SGI는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 ▲정책금융의 경기역행적 운영 ▲벤처기업에 대한 무담보 대출 공급 확대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등을 제시했다.

우선 정책금융을 경기역행적으로 운영해 민간 투자자금의 경기순응적 성향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순응성은 경기둔화 국면에서 유동성이 줄어들고 경기상승 국면에서는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경기변동성을 증폭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김경훈 SGI 연구위원은 "은행대출, 벤처캐피탈 등 벤처기업에 대한 민간 투자자금은 경기순응성이 강해 경기둔화 국면에서 벤처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평가돼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기 여건을 반영해 모태펀드 예산을 늘리거나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 대출을 확대하는 등 벤처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봤다. 특히 모태펀드는 민간자금에 대한 유인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으로 설계된 것으로 경기둔화 국면에서는 지원 규모를 늘려 민간 투자자금의 경기순응성을 완화, 벤처투자 시장의 위축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담보물이 부족한 벤처기업에게 무담보 대출 공급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 초기 담보물이 부족한 벤처기업은 은행 대출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둔화 국면에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벤처기업에 대한 무담보 대출은 확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경훈 연구위원은 "국내 시중은행들은 담보물 중심으로 기업대출을 시행하고 있고 무담보 대출에는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역량있는 벤처기업에게 무담보 대출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책금융기관과 벤처캐피탈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성장성 있는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이들에게 창업초기 단계에서부터 무담보 대출을 제공하면서 장기 자본을 공급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여러 기업에게 대출을 제공해 전체 대출 규모를 늘리는 전략보다 성장성 있는 기업을 선별해 이들에게 집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의 안정적인 중장기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으로 CVC의 투자 활성화도 들었다. CVC는 비금융 법인이 설립한 벤처캐피탈로서 주로 모기업이 사업진출을 계획하는 부문의 벤처기업에게 전략적 투자자 관점에서 장기 투자를 수행한다.

CVC는 단기적인 경기 영향을 덜 받고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해 경기둔화 국면에서 벤처투자 시장의 주요 투자 자금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의 경우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반지주회사도 CVC를 설립할 수 있게 됐으며, 최근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본업의 경쟁력 강화, 신성장 동력 확보 등을 위한 목적으로 CVC 설립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보고서는 CVC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펀드 조성 시 외부자금 출자 비중이 40%로 제한됨에 따라 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데 제약이 있어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는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펀드에 다양한 외부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김경훈 연구위원은 "벤처기업이 자금난으로 성장성이 제약되면 국내 경제의 성장 잠재력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금융을 확대하고, 다양한 형태의 벤처 투자자금을 활성화해 벤처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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