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지난달 유동성 확보를 위한 은행들의 수신 경쟁에서 NH농협은행이 웃었다. 18조원이 오가는 쩐의 전쟁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주고도 5조원 이상을 쓸어 담았다.
1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의 여·수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의 정기예금과 정기적금을 합한 저축성예금 잔액은 865조6천531억원으로 전월 대비 18조4천238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농협은행은 5조2천억784억원, 국민은행은 4조3천358억원, 우리은행 3조7천629억원,신한은행은 3조7천846억원, 하나은행은 1조2천621억원이 몰렸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 가격이 하락하고 은행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은행으로 자금이 쏠린 까닭이다. 지난달 말 코스피는 2473으로 지난해 말 대비 16.9% 하락했다. 10월 말 종합주택매매가격지수도 103.1로 지난해 말 대비 1.7%p 하락하며 올해 들어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반대로 은행 수신금리는 올해 들어 세 배 이상 뛰었다. 9월 말 국내은행의 평균 저축성수신금리(예금)는 3.38%로 지난해 말 대비 2.48%p 확대됐다.
지난달에는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자 실질 취급 금리가 5%까지 올랐다. 국민은행의 '국민수퍼정기예금(고정금리형_만기일시지급식)'의 경우 평균 취급 금리가 4.63%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우리은행의 'WON플러스예금'은 4.59%, 하나은행의 '하나의정기예금' 4.54%.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은 4.52%로 집계됐다. 농협은행의 'NH왈츠회전예금 II'는 3.36%로 5대 은행 중 가장 낮다.
농협은행이 더 낮은 금리를 주고도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던 건 광범위한 영업망과 전국 공공기관 금고 등 정책금융을 기반으로 예수금 점유율을 높여왔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9월 말 농협은행의 여수신점유율은 13.9%로 국민은행에 이어 국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은행들이 수신 경쟁에 나선 건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다.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을 위해 낮춰줬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비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한 데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장 불안전성이 확대되고, 기업대출 수요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9월 말 5대 은행의 LCR 비율은 111.4%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9월 말 대비 8.91%p 하락했다. 이 중 국민은행(92.82%), 신한은행(94.08%), 우리은행(97.22%)은 규제 비율인 100%에 미달했고, 하나은행(100.43%)도 턱걸이로 유동성 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 농협은행은 예수금점유율을 기반으로 수신을 확보하며 127.89%의 유동성을 확보했고, 지난달 수신 경쟁에서 웃으며 유동성이 추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농협은행은 예수금을 기반으로 한 조달 안정성이 향상되고 있는 만큼 우수한 재무 안전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은행권의 과도한 수신 경쟁이 순이자마진(NIM) 개선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축성예금이 늘면 LCR 비율이 개선되며 대출 여력이 커지지만, 최소 금리가 4%대 전후인 만큼 이자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면서 "NIM에는 오히려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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