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지인에게 그런 건의를 받은 바 없고, 따라서 야당 대표를 두고 특별히 언급한 일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두고 '인간 자체가 싫다'고 말했다는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통령실이 25일 내놓은 반박 글이다. 유 전 사무총장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제가 이렇게 들은 바에 의하면 그쪽에 대통령한테 멘토가 될 만한 사람들이 야당 대표를 만나라 이런 조언들을 많이 했을 거 아닌가.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재명이 싫다는 거다. 하여튼 싫다는 거예요. 인간 자체가 싫은데,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하지 않았다면 다행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지인' 누구도 야당 대표를 만나라고 건의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면 그것 역시 문제로 보인다. '야당 대표는 인간 자체가 싫다'는 말은 누구를 만난 자리에서도 한 적이 없다면 몰라도, 굳이 지인의 건의를 언급한 건 왜 일까. '굴뚝을 아니 땠으니'(지인에게 그런 건의를 받은 바 없고), '연기가 날 리 없다'(야당 대표를 두고 언급한 일도 없다)는 논리였겠지만, 취임 6개월이 넘도록 야당 대표와 단 한차례도 만나지 않은 상황에서 썩 반가운 고백은 아닌 것 같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어쩔 수 없이 전임 대통령의 경우와 비교 대상이 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열흘 만에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한달 반 만에 야당 지도부와 회동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두달 만에 여야 지도부와 만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한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야당과 연쇄 회동했다.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그때마다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과거 여당의 총재가 대통령이었을 때는 몰라도 지금은 대통령과 당대표와의 만남으로 가야 한다며, '영수회담'이란 용어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단독은 물론 여야 정당 대표·원내대표가 모두 참석하는 다자회담 역시 성사 가능성이 요원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25일)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로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비대위원회 지도부가 구성된 후 70여일 만의 상견례 성격이지만 취임 이후 여당 지도부와의 공식 회동은 이번이 다섯번 째였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국익을 향한 국정운영 방향을 소개하고 국민의힘 의원들과 비대위원들의 협조와 지원을 당부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자고 뜻을 모았다.
대통령이 야당과 웃으며 회동하기에는 그간 여야가 전방위적으로 충돌하는 상황이 지속돼 오긴 했다. 국감을 거치며 야당이 대통령의 외교 발언 논란, 용산 이전 예산을 쟁점화했고,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문 전 대통령에 서면조사를 요구하며 갈등은 최고수위로 치달았다. 최근에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만남의 분위기 자체가 조성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불편한 상황을 감수해야 할 이유 또한 많다. 무엇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국회 제1야당으로 대통령이 반드시 협력하고 협치해야 할 상대다. 제1야당의 협치 없이는 예산안, 민생법안 처리 등 원활한 국정운영 또한 어렵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아는 윤 대통령은 순방 외교 성과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한 후속조치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제51회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춘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국익 앞에 여야가 없다. 예산과 법안을 통한 재정적, 제도적 뒷받침이 매우 중요하다. 정쟁에 밀려 적기를 놓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국익 앞에는 여야뿐 아니라 대통령도 따로 없다. 대통령에게 '옳은 소리'를 해야 할 참모(지인)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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