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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포항제철소에 매일 복구인력 1300명…18개 압연공장 중 연내 15개 복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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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1열연·1냉연 등 7개 공장 정상가동…"안전 없이 복구 없다"

[아이뉴스24 양호연 기자] 올해 9월 제11호 태풍 힌남노 피해로 가동이 중단된 포스코 포항제철소. 당시 태풍 힌남노로 인한 집중호우로 도심하천 냉천이 범람하면서 포항제철소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다.

복구 작업 3개월째인 이달 23일 힌남노의 직격탄을 맞은 포항제철소를 찾아 복구 현장을 살펴봤다. 포항제철소는 빠르게 복구 작업이 진행되면서 힌남노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 가고 있었다.

매일 복구 작업에 투입되는 인력만 약 1천300명 수준이다. 현재 1열연과 1냉연 등 7개 공장이 정상가동 중으로 연내 총 18개 압연공장 중 15개를 복구할 예정이다.

나아가 기존 포항제철소에서 공급하던 제품을 올해 안에 모두 정상적으로 재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4일 촬영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양호연 기자]
지난 14일 촬영한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양호연 기자]

◆ "약 620만 톤의 물이 쓰나미처럼"…세가지 원인은?

여의도 면적에 달하는 포항제철소가 침수 피해를 입게 된 건 지난 9월 6일 태풍 힌남노로 냉천이 범람하면서다. 이로 인해 길이가 40km에 달하고 깊이 8~15m·폭 30m 규모의 제품 생산 라인 지하 설비(Cellar)는 물론 지상 1~1.5m 높이까지 모두 물에 잠겼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제철소에 유입된 물은 총 620만 톤에 달한다.

가장 먼저 범람이 시작된 곳인 냉천교 부근으로 향했다. 포스코는 이번 침수 피해의 원인과 배경을 ▲기록적인 폭우 ▲만조 ▲냉천의 지형 등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현장에 동행한 황종연 저탄소공정연구원 철강엔지니어링연구그룹 그룹장은 "이 곳이 범람의 '시발점'이 됐다"고 운을 뗐다. 황 연구원은 "제철소 건너편의 지반과 제방이 더 높아 (제철소가 있는) 낮은 쪽으로 물이 범람해 침수가 발생하게 됐다"며 "인명피해가 발생한 상류 부근의 아파트 침수 발생 시각이 6시 반인 점을 통해 이 곳에서 범람 후 상류쪽으로 점차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23일 황종연 저탄소공정연구원 철강엔지니어링연구그룹 그룹장이 냉천교 부근에서 범람 원인과 배경 등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양호연 기자]
지난 23일 황종연 저탄소공정연구원 철강엔지니어링연구그룹 그룹장이 냉천교 부근에서 범람 원인과 배경 등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양호연 기자]

황 연구원에 따르면 냉천은 비가 오지 않으면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이다. 침수 피해 전까지만 해도 자전거 길과 산책로 등 둔치공원으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총 340mm의 '기록적인 폭우'로 제방과 제방 사이 품을 수 있는 하천의 용량을 초과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새벽 0시부터 6시 사이가 '만조'였던 점도 침수 피해의 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제방은 총 4m 높이로 바닥에서 둔치공원까지 2m, 둔치에서 제방까지 2m다. 해당 지역의 조수 간만의 차가 1m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냉천은 하류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형태를 띄고 있다. [사진=양호연 기자]
냉천은 하류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형태를 띄고 있다. [사진=양호연 기자]

황 연구원은 특히 냉천교의 특징을 비롯한 지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폭이 좁은데다가 냉천교의 높이가 낮고 교각이 네 개나 있다는 점에서다. 황 연구원은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냉천교가 마치 '댐'과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범람 당시 큰 나무와 토사는 물론 심지어 냉장고와 자전거까지 냉천교 교각에 걸려 마치 댐처럼 보였다"며 "많은 물이 댐에 막히면서 자연스레 물이 쓰나미처럼 이 지역으로 넘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고로 3기 동시 휴풍·가동 중단…"54년 만의 방재 조치"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침수 피해 소식이 알려진 당시 일각에선 내년까지도 복구가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포스코는 꾸준한 수해 복구 작업을 통해 현재 1열연과 1냉연 등 7개 공장을 정상가동 중이다. 나아가 연내 기존 포항제철소에서 공급하던 제품을 모두 정상적으로 재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정상화를 이룰 수 있던 것은 선제적 대응이 주효했다. 포스코는 침수 당시 화재·폭발이라는 추가 위험을 막기 위해 창사 이래 처음 전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이는 포항제철소가 문을 연지 54년 만에 이뤄진 유례없는 방재 조치다.

지난 14일 재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지난 14일 재가동을 시작한 포항제철소 2후판공장에서 후판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고로 3기를 동시에 휴풍시켜 쇳물이 굳는 냉입(冷入) 발생을 사전에 방지했고 이를 통해 4일만에 고로를 재가동시킬 수 있게 됐다. 또한 설비 가동 정지 조치는 각 설비에 설치된 모터, 변압기, 차단기 케이블 등 수만 대 전력기기의 합선·누전 화재를 막았다.

고로가 자식과 같다며 자신을 '고로쟁이'라 소개한 김진보 선강부소장은 "고로 조업을 50여년 하며 수많은 태풍 예보에도 고로 중단 전례가 전무해 이번 전 가동 중지 상태에 돌입하라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고로쟁이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많이 나왔다"고 후일담을 밝혔다.

그는 "고로를 중단하는 것은 스위치를 끄는 단순한 문제가 아닌 전날부터 고로 재가동을 위해 코크스(석탄 덩어리)를 많이 넣는 작업을 해야 하는 등 엄청난 과정이 수반되는 복잡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정상화에 가까워진 시점에서 "경영진이 고로를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여전히 피해 흔적 곳곳에…"일치단결, 위기 극복"

빠른 복구 속도로 포항제철소는 정상화를 앞두고 있지만 제철소 곳곳엔 여전히 피해 흔적이 남아있었다. 특히 침수 피해가 가장 큰 2열연 공장의 유실과 전기실을 찾으니 여전히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천장과 벽에는 토사가 섞인 물이 흘러내려 안전모 위에 떨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토사와 물에 젖은 바닥은 미끄러워 자칫 넘어지기 십상이었다.

현장의 한 관계자는 "지하 바닥에 30cm가량의 토사가 쌓여 배수하는데 4주, 토사를 치우는 데 1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며 "유실과 지하실에는 450m에서 480m 길이의 설비가 많다 보니 축구장 5개 규모에 달하는 이 곳을 치우는 데만 6주 이상 걸렸다"고 설명했다.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2열연공장 복구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포스코]

포스코에 따르면 각 공장의 설비 구동에 핵심 역할을 하는 모터는 선강 및 압연 전 공정에 걸쳐 약 4만4천대가 설치됐다. 이 중 31%가 침수 피해를 입었고 현재 73%까지 복구를 완료한 상태다. 특히 최대 170톤에 달하는 압연기용 메인 모터 복구작업은 손병락 EIC기술부 명장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1호 명장'인 손 명장에 따르면 총 47대중 33대를 자체적으로 분해·세척·조립해 복구하는데 성공했으며 나머지 모터 복구작업도 공장 재가동 일정에 맞춰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복구 작업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복구 작업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사진=포스코]

한편 포항제철소 곳곳에는 '안전'을 강조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다수 걸려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 역시 '빠르게 보다 안전하게'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복구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수해 상황과 복구 과정을 면밀히 기록·분석해 최고 수준의 재난 대비 체계 마련에 나서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전 임직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일치단결해 빈틈없이 복구를 진행하는 등 초유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더 단단한 조직과 더 강건한 제철소로 거듭날 것"이라며 "복구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국내 고객사 피해 최소화 및 시장 안정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양호연 기자(h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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