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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원유가격 연동제 폐해 떠안은 소비자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이달 17일부터 우유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밀크플레이션'의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밀크플레이션은 흰 우유 가격이 오르면서 아이스크림, 케이크, 커피 등 우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의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일컫는다.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우유를 비롯한 유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사진=구서윤 기자]

우유 가격은 원유값에 의해 좌우되는데 앞서 낙농진흥회가 원유 가격을 1리터(L)당 49원 올리면서 유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올렸다. 흰 우유 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서울우유 1리터(L)는 2천710원에서 2천800원 후반대로 6.6% 인상, 매일유업 900ml는 2천610원에서 2천860원으로 9.6% 인상, 남양유업 900ml는 2천650원에서 2천880원으로 8.67% 인상됐다.

우유 업체뿐만이 아니다. hy는 발효유 일부 제품에 대해 12월 1일부로 가격 인상 계획을 밝혔다. 빙그레도 바나나맛우유를 비롯한 유제품과 커피에 대한 인상을 예고했다. 커피와 베이커리 업계 역시 원재료 가격 부담 등의 이유로 가격 인상을 고심하고 있다. 업체들은 당장의 인상 계획은 없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두 곳이 가격을 올리기 시작하면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가격이 올라가는 만큼 우유는 잘 팔릴까? 그렇지 않다. 출산율 감소를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우유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유업체들은 흰 우유 판매에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유 수요가 줄어든 만큼 덜 생산하고 싸게 판매할 수 없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유업체들은 우유가 남아도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해도 생산량을 조절하기 어렵다.

이 배경에는 낙농진흥법과 원유 가격 연동제가 있다. 유업체들은 낙농진흥법에 따라 계약된 농가에서 생산한 원유를 할당량만큼 모두 구매해야 한다. 수요와 공급에 맞춰 가격 조정을 할 수도 없다. 2013년부터 시행된 원유 가격 연동제에 따라 낙농업체에서 발생하는 생산비 상승분과 물가 상승률을 고려해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이 정해지면 1년 동안 시장 환경에 상관없이 같은 가격에 구매해야 한다. 원유 가격 연동제는 2011년 구제역 파동으로 어려움에 처한 낙농가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의 원유 가격은 유독 상승 폭이 가파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국의 원유 가격은 72% 상승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11.8% 유럽연합은 19.6% 증가했다. 원유 가격은 비싸지만 생산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의 우유 소비자 가격은 미국의 5배, 독일의 4배 수준이다. 물론, 낙농가에도 사정은 있다. 젖소 사료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고환율까지 겹쳐 사룟값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결국 낙농업자들의 원유 생산비 보전을 위해 마련된 제도가 관련 유업체들로 하여금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이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게 한국 우유 시장의 현실이다.

또한 2026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로 미국과 유럽산 우유가 무관세로 들어온다. 자칫하면 수입산 우유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려 국내 우유 업계가 몰락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가 계속되자 정부는 내년부터 원유 가격 연동제 대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원유를 음용유와 가공유로 구분해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음용유는 마시는 우유, 가공유는 유제품을 만드는 우유를 뜻한다.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원유의 생산이 과잉일 경우 생산비가 증가해도 원유 가격을 인하할 수 있다. 하지만 낙농가의 반대가 여전하고, 제도가 개편된다고 해도 소비자가 값싼 가격에 우유를 구매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격 인상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수입 우유를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폴란드와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멸균우유를 국내산의 절반 가격인 1천원 중반대에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대보다 맛이 좋다는 후기도 잇따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멸균우유 수입량은 올해 상반기 1만4천675t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매년 감소하는 우유 소비량, FTA, 해외 우유로 눈 돌리는 소비자 등 작금의 현실을 고려하면 우유 업계의 전망은 밝지 않다.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기보다 한국 우유 업계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정부와 낙농가, 유업계의 고심이 필요한 때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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