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아이들과 함께 처음 5km 마라톤에 참가했어요. 기록에 신경 쓰지 않고 가족끼리 특별한 추억을 만들려고요"
6일 오전 9시, 4천800여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충청남도 천안 오륜문 광장을 빠져나갔다. 마라토너 이봉주의 이름을 딴 '제1회 천안 이봉주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5km, 10km, 하프코스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는 특히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았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봉주 선수도 이날 자신의 이름을 딴 첫 대회에 나와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이번 대회는 이봉주 선수가 천안시내 구석구석을 돌며 거리와 환경을 체크해 마라톤 구간을 직접 설계했다.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이 선수가 애착을 가지고 준비했고, 완주 메달 역시 이 선수가 은메달을 거머쥐었던 1996년 아틀랜타 올림픽 메달을 그대로 재현했다.
코스별 3개 조로 나뉜 4천800명의 참가자들은 대열을 이뤄 순서대로 출발했다. 마라톤 동호회가 주로 출전한 10km, 하프 코스는 초반부터 속력을 내며 기록을 신경을 쓴 모습이었지만 가족단위가 많았던 5km 구간에 출전한 참가자들은 기록보다는 함께 뛰는 자체로 즐거운 모습이었다.
어린자녀들과 출전한 부모들은 아이의 발걸음에 맞춰 천천히 뛰다가 더러는 유모차에 태우고 밀면서 달리기도 했다. 아이를 목말에 태운 채 뛰는 아빠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유모차에 5세 딸을 태우고 달린 한 참가자는 "아이와 함께 뛴 첫번째 마라톤"이라며 "건강하게 자라서 매년 함께 출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마에 맺힌 굵은 땀방울을 훔쳤다.
이태원 핼로윈 참사에 대한 애도하는 마음으로 달렸다는 20대 참가자도 있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로 변을 당한 이들의 명복을 빌며 가슴에 단 출전번호표에 작은 근조리본을 달고 출전했다.
김모씨(23·여)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 또래의 친구들이 허망하게 떠나 가슴이 너무 아팠다"며 "좋은 곳으로 가길 바라는 마음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유족들에게도 위로를 보낸다"고 말했다.
/천안=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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