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현대차그룹이 리콜 쇼크를 넘고 가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차와 기아는 3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세타2 GDI 엔진 관련 품질비용 약 3조원을 추가 충당금으로 반영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1조3천600억원, 기아 1조5천400억원 규모로, 이번 품질비용 반영으로 양사의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줄었다.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내놓았지만, 매출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와 기아는 사상 최대 실적을 또다시 경신했다. 그리고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대규모 충당금 반영에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들어서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해소되면서 풍부한 대기 수요를 바탕으로 전 세계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오닉 6' 유럽 시장 판매, 그랜저 7세대 풀체인지 모델 출시에 따른 신차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수익성도 상향 조정했다. 현대차는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을 최대 20%로, 연간 영업이익률 목표치를 최대 7.5%포인트(p)까지 종전 가이던스 보다 1%p가량 올렸다. 1천400원대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에 따른 환율효과, 고수익 차종의 판매로 3분기 품질비용 반영에도 연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자신감은 근거가 명확하다.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판촉을 위한 인센티브 비용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는 상품성이 높아진 데다 브랜드 가치가 그만큼 높아지며, 경쟁사 대비 낮은 인센티브에도 차를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는 점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동화 전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대규모 투자 등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점도 그동안의 성과와 높아진 브랜드 가치가 바탕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전환이 이뤄지는 모빌리티 시장의 판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급함보다는 '선도자(퍼스트 무버)'가 되겠다는 뚜렷한 비전으로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3분기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전기차 4만7천95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12.0% 증가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5(1만8천492대)를 필두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2.3% 증가한 2만2천418대를 판매했다. 기아 역시 EV6(1만7천564대)를 비롯해 전기차 2만4천677대를 팔아 같은 기간 판매량이 322.2% 늘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신공장 기공식을 진행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조기 착공에 들어가는 신공장은 약 55억 달러(약 7조8천900억원)이 투입되고,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 전기차 신공장을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핵심 거점으로 삼고 2030년 미국에서 전기차 84만 대를 판매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총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약 12%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부품업계의 전동화 전환 지원을 위해 협력사에 5조2천억원 규모의 지원 계획을 밝혔다. 앞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체제 전환에도 18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2024년까지 국내 투자 계획만 63조원에 달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는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였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모든 업체들이 공평하게 똑같은 출발선상에 서 있다. 경쟁 업체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성능과 가치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고 전기차 대중화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독려한 바 있다.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에 등장하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는 말처럼,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책임감은 그 무게와 강도가 점차 커져갈 수 밖에 없다.
이번 현대차와 기아의 대규모 리콜비용 추가 충당금 설정은 당장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성과를 내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로 읽힌다. 완성차 업체로 부담스러운 '리콜' 이슈를 '쿨(cool)'하게 털고, 한 발 더 나가겠다는 현대차그룹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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