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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에 납품 안 해"…TSMC 탈중국 움직임에 삼성·SK '초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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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수출 규제 준수 위해 中 바이렌 위탁 생산 중단…中 의존도 높은 韓 반도체 셈법 '복잡'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업을 위한 위탁생산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해 온 국내 반도체 업계가 어떤 대응책을 마련할 지 집중된다.

대만 TSMC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업을 위한 위탁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TSMC]
대만 TSMC가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업을 위한 위탁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사진=TSMC]

24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중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 비런 테크놀로지(Biren Technology)의 첨단 반도체 위탁생산을 멈추기로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TSMC는 비런 테크놀로지 생산품이 미국의 수출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아직 결론짓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자사 제품 공급을 일단 중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TSMC가 이처럼 나선 것은 최근 미국 정부가 대중(對中)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7일 미국 기업의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의 중국 수출과 14㎚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또 비런 테크놀로지의 AI 반도체가 미국의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A100'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A100은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로, 2020년 출시돼 데이터 센터에서 까다로운 AI 계산을 수행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미국 당국은 A100 등이 중국군에 의해 사용될 위험을 지적하며 해당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기도 했다.

앞서 비런 테크놀로지는 주력 제품 'BR 100', 'BR 104'를 공개했는데, 이들 제품은 엔비디아와 AMD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그래픽 칩과 비슷한 성능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위탁생산 중단에 대해 TSMC는 미국 수출 규제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준수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비런 테크놀로지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다만 바이렌테크는 자사 제품의 사양이 미국의 규제 기준보다 아래에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의 이 같은 방침을 두고 일각에선 중국 시장에서 점차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TSMC가 일본 지역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 외에 추가적인 생산 설비 확대를 고려하고 있는 것도 이의 일환이란 해석도 있다.

TSMC는 매출에서의 중국 비중도 줄여나가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전체 매출 중 72%가 북미 지역에서 발생했다. 전분기인 지난 2분기보다 8%포인트 높아진 결과다. 반면 중국 매출 비중은 전분기 대비 5%포인트 하락해 8%에 그쳤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사진=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사진=SK하이닉스 ]

반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은 난감한 모습이다.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비중이 높아 다른 곳으로 생산 기지를 옮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생산되며, SK하이닉스도 우시 공장에서 전체 D램 생산의 50% 가까이를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보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집중해왔다"며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 우리나라 반도체 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997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은 38억 달러로, 중국 투자 규모(170억6천만 달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미국에 공장이 없는 SK하이닉스는 중국에만 249억 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미국 정부가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름도 깊어졌다. 일단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해 장비 수출 금지 조치를 1년 유예하도록 허가했으나, 이후 대응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우리 반도체 기업의 최대 수요 시장이지만, 미국의 움직임으로 향후 국내 기업들의 중국 공장 장기 설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으로 반도체 등 여러 분야에서 미중 갈등이 더 고조될 것이란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회재 의원은 "수조원대 투자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통상 정책을 통해 이차전지·반도체와 관련한 미국의 차별적 조치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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