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골드만삭스 상무 "삼성물산 합병실패 대안 '플랜B' 삼성에 보고 안해"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부당합병 의혹 재판에서 골드만삭스가 합병 실패를 가정하고 준비한 '플랜B'는 삼성에 보고된 적이 없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은 합병 당시 자문사였던 골드만삭스가 합병 실패를 가정하고 플랜B도 준비했고, 이 계획안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골드만삭스 측 증인은 시장에서 나돌던 가정을 지분율대로 정리해본 것뿐이라며 삼성에 보고된 적도 없는 문건이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는 20일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부정거래·시세조종)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7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 증인으로는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서 2015년 엘리엇매니지먼트 대응 실무를 총괄했던 어 모 상무가 출석했다. 헤지펀드인 엘리엇은 합병 당시 물산 주주로서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 경영권을 공격했다. 어 모 씨는 골드만삭스를 퇴사한 후 현재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를 맡고 있다.

검찰은 골드만삭스가 검토한 플랜B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만 중점을 뒀고, 삼성이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증인에게 "합병 실패를 가정한 플랜B 문건을 보면 삼성전자를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이 부회장의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해 지주사 지분을 취득하는 등의 방안이 담겨 있다"며 "하지만 합병 목적이라는 사업 시너지 효과에 대한 검토는 없냐"고 물었다.

어 씨는 "이건 삼성이 아니라 내부 지시였고 상세한 분석보다는 당시 시장에 나돌던 시나리오를 지분율 차원에서 정리해본 것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플랜B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 관점에서 작성된 게 맞냐"고 재차 질의했다.

어 씨는 "합병을 하게 되면 사업적으로 합쳐질 수 있고, 자회사로 합쳐질 수도 있다"며 "전체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지분율 효과를 분석해봤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 측은 문건 작성 지시 주체를 분명히 하지 않고 질의한다며 항의했다.

변호인은 "검찰 측 질문에 주어가 없다"며 "누가 추진 했는지를 정확하게 물어달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증인에게 "이 문건이 삼성에 보고됐냐"고 물었다. 어 씨는 "삼성에 요청에 따른 게 아니다"라며 "보고되지 않은 걸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삼성은 물산과 제일모직이 사업 시너지를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했다"며 "엘리엇 공격으로 합병 실패를 가정한다해도 시너지 대안을 모색해야 하지 않냐"고 물었다.

어 씨는 "아까 배경을 다 말했다"며 "시장에서 회자되던 시나리오를 정리해 봤을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