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9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정부의 쌀 시장격리를 의무화하는 법안)'의 국회 농해수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통과를 강행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추진 당시 사용했던 '안건조정위 무력화' 전술을 다시 사용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가 재개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수사에 맞서 감사원을 규제하는 감사원법 개정안 추진도 예고했다.
국회 농해수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 위원들과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찬성 표결을 던졌으며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간사)를 포함한 여당 의원들은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기권했다.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국회 법사위(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장 60일간 심사를 거치게 되며 법사위 합의가 불발될 경우 상임위에서 다시 논의해 본회의로 부의한다. 현재 법사위원장은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다.
민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추진과정에서 검수완박 때의 전술을 재활용했다. 민주당은 당시 검수완박법을 논의하는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법사위 소속이었던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켰다. 안건조정위는 원내 다수당과 아닌 당의 인원을 3대 3으로 맞추는데, 민 의원이 무소속이 되면 다수당이 아닌 당(3명) 중 한 자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12일 농해수위 안건조정위에서도 자당 출신이었던 윤미향 무소속 의원을 배치해 총 4인(민주당+윤 의원)의 찬성을 확보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이날 전체회의에 상정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이날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를 천명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표는 농민에게 받고 쌀은 나 몰라라 하니 참으로 비정하다"며 "민주당은 본회의 의결까지 양곡관리법 통과를 꼼꼼히 챙기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표 역시 '정부·여당이 말로만 쌀 시장격리를 발표했다'며 양곡관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은 이날 감사원법 개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도 개최했다. 민주당은 감사원이 지난 13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 서욱 전 국방부장관,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 20명을 검찰에 고발한 것을 계기로 감사원을 규제하기 위한 감사원법 개정안 추진을 예고했다. 검찰은 전날 서 전 장관과 김홍희 해경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며 이날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소환했다.
민주당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문자 논란'과 함께, 감사원이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서해 피격사건 감사를 진행하고 고발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토론회 인사말에서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제3·4의 대감(대통령실-감사원)게이트가 발생하지 않도록 (감사원법 개정안) 입법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며 "내주 중에 당론 형태로 발의할 예정이다. (정부를) 확고히 견제하는 감사 기구로 거듭나게끔 수정(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참석한 박범계 의원은 "감사원 개혁은 민주당을 위한 개혁이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한 개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감사원의 특별감찰 시 국회 보고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감사원법 개정안을 한 차례 발의한 바 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다시 발의될 감사원법 개정안과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 개시 절차와 진행 방법, 절차 위반 시 벌칙 조항 등을 규정해 민주주의적 원리가 보장하도록 재(再)설계하겠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이재명 대표 등의 '사법리스크' 회피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전날(18일) 양곡관리법 관련 당정협의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양곡관리법은 대한민국을 위한 법이 아니라 민주당의 농정실패를 덮고 이재명 대표를 구하기 위한 정략적 법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덮기 위해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휘두르는 공천권이 두렵느냐"고 비난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사법리스크 대응의 측면도 있겠지만 어쨌든 민주당은 입법 주도를 통해 민생, 정책 이슈를 선점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며 "정부·여당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다 보면 정국 주도권을 잃을 수 있기에 (야당과의 정책 협상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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