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해 3분기에 삼성전자를 꺾고 세계 반도체 시장 '왕좌'를 빼앗은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가 '기술 경쟁'에서 점차 뒤처지는 분위기다. 삼성전자가 한 발 앞서 3나노(1㎚는 10억분의 1m) 양산에 성공한 것과 달리 TSMC는 시기를 재차 연기하고 있어서다.
![TSMC 전경 [사진=TSMC]](https://image.inews24.com/v1/d2f676c9ba26fb.jpg)
19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당초 9월 말부터 3나노 양산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과 달리 아직까지 생산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기존 핀펫 공정을 일부 업그레이드 하는 작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TSMC 측은 "3나노는 이번 분기 후반에 좋은 수율로 대량 생산될 것"이라며 "장비 배송 문제로 고객 수요가 공급 능력을 초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3나노 공정은 내년에 완전히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업계에선 애플을 3나노 공정 파운드리 첫 고객으로 확보한 TSMC가 9월부터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봤다. 반도체 제조 공정 중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 받는 3나노 공정은 삼성전자가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양산에 처음 성공하며 '기술 초격차'를 보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얇은 광원으로 정밀한 회로를 그릴 수 있느냐에 따라 제품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나노 단위 공정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TSMC의 3나노 양산 시기가 계속 지연되면서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다시 조명 받고 있다"고 말했다.
![TSMC 전경 [사진=TSMC]](https://image.inews24.com/v1/86e023e07d94f8.jpg)
TSMC는 그 동안 여러 차례 3나노 공정에 대한 어려움을 표출했다. 지난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선 "3나노 공정에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며 "기존 5나노에 비해 3~4개월 지연되고 있다"고 밝히는 등 한계를 드러냈다. TSMC는 7나노 공정을 2018년 2분기에, 5나노 공정은 2020년 2분기에 각각 양산하며 2년 주기로 기술 난도를 높였으나, 3나노 진입에는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특히 TSMC는 올해 7월부터 3나노 기술이 적용된 인텔, 애플 등의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수율 문제로 고객사에 4~5나노 공정을 배정했다. 엔비디아의 경우 연내 출시 예정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지포스 RTX40 시리즈의 생산을 위해 TSMC에 90억 달러(약 10조7천600억원)의 선불금을 지급하고도 5나노 공정을 배당 받았다. 이후 9월께 3나노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봤으나, 이번엔 4분기 말로 또 연기됐다.
그 사이 '추격자'인 삼성전자에 3나노 주도권도 빼앗겼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30일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이 적용된 3나노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초도 양산 계획을 공식 발표한 뒤 7월 25일 제품 출하식을 개최했다. GAA는 반도체를 이루는 구성요소인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이를 제어하는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로, TSMC가 3나노에서도 유지하는 기존 '핀펫' 방식과 차별화 됐다.
핀펫 공정은 기존 평면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된 입체 구조의 공정 기술로, 구조가 물고기 지느러미와 비슷해 핀펫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접점 면적을 키워 반도체 성능을 향상시키고 누설 전류를 줄인 것이 특징으로, TSMC는 올해 공개한 '핀플렉스' 설계 기술을 적용해 3나노 양산을 준비해왔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TSMC의 3나노 공정에 쓰이는 핀플렉스 기술은 기존에 쓰던 핀펫 공정 기반이기는 하지만, 노광장비(EUV)는 기존 장비와 다른 것을 써야 한다"며 "이 때문에 품질을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양산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TSMC 전경 [사진=TSMC]](https://image.inews24.com/v1/4878c3669b0762.gif)
업계에선 TSMC의 3나노 양산 지연이 삼성전자에게 기회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기술력은 앞섰지만 고객사 확보전에서 불리했던 삼성전자가 이번 일로 당분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3나노 첫 고객사로 중국 가상화폐 관련 주문형반도체(ASIC) 업체인 판세미를 확보했으나, 물량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TSMC는 애플, 인텔 등을 3나노 고객사로 확보했을 뿐 아니라 AMD와도 공정 사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삼성전자보다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이 안정적이고, 기존 핀펫 공정을 적용해 기술 성숙도도 더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수율이 불안해 고객사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면 결국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3나노와 같은 첨단공정은 램프업(장비 설치 뒤 본격 양산까지 생산능력을 높이는 것)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며 "일찍 양산에 들어갈수록 일정 수준까지 수율을 끌어올릴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겐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도 3나노 공정에 대해선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 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4~5나노는 TSMC보다 개발 일정과 성능이 뒤처졌던 것은 맞다"며 "하지만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3나노는 우리가 TSMC보다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3나노 공정에 대한 기대도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달 초에는 3나노를 넘어 오는 2025년 2나노, 2027년 1.4나노 양산도 공식화했다. TSMC의 1.4㎚ 공정 도입 시기가 2027~2028년으로 추정되고 있는 만큼, 3나노부터 시작된 TSMC와의 기술 격차를 더 벌인다는 방침이다.
TSMC는 3나노 양산 시기가 늦어지고 있지만, 자신들이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지킬 수 있다고 보는 눈치다.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다 애플을 주 고객으로 확보있다는 점에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의 시장 점유율은 53.4%로 세계 1위다. 2위인 삼성전자는 전 분기 대비 점유율을 16.3%에서 16.5%로 0.2%포인트(p) 끌어올렸지만, 격차가 여전히 크다.
TSMC는 "3나노 기술이 도입되면 PPA(소비전력·성능·면적)와 트랜지스터 기술 모두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 기술을 보일 수 있다"며 "N3(3나노 공정) 제품군이 오래 지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양사의 3나노 경쟁은 내년 하반기에 나올 차세대 3나노 기술에서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TSMC는 3나노 2세대 공정(N3E)과 관련해 "N3E 개발은 계획보다 앞서 진행 중"이라며 "현재 양산은 2023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내년 하반기 3나노 2세대 공정 양산에 착수한다. 경계현 사장은 "3나노 2세대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 유독 많다"며 "3나노를 적극 개발하고, 4·5나노 제품도 성능과 비용을 개선하면 내년 말 파운드리 사업부의 모습이 지금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 경 사장은 TSMC와의 경쟁 구도와 관련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내용적 1등을 달성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그 방법으로는) 선단 노드 공정에서 이기는 방법도 있고, 주요 고객에서 이기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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