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측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쌍방울 의혹'에도 불구하고 17일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이해찬 전 대표의 측근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이 전 대표는 현재 이 전 부지사가 만든 동북아평화경제협회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재명 대표 측은 "의혹과 무관하게 사전에 결정된 일정"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와 이 전 대표의 관계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관측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이해찬 전 대표 회고록 '꿈이 모여 역사가 되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그는 축사에서 "(이해찬) 대표님은 전혀 기억 못하시겠지만 이 전 대표님과 저는 서점 주인과 고객으로서 인연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1978년 이 전 대표가 신림동 고시촌 일대에서 '광장서적'을 운영했던 일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어 그는 "(이 전 대표께서는)꿈을 모아서 역사를 만들어오셨고 제가 존경하는 어른이다"라고 밝히며 "지금까지 만들어오신 민주주의의 역사가 퇴행하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저도)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표는 이 전 대표가 공교롭게도 10월 유신이 선포된 날(10월 17일)에 출판기념회를 갖는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해찬 전 대표는 "이 대표가 말한 것처럼 오늘(17일)이 제 인생을 바꾼 날"이라며 "우리 헌법의 근본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한국적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무너뜨린 게 10월 유신인데 그때부터 학생운동, 재야운동, 정치운동을 해서 오늘까지 딱 50년이 흘렀다"고 소회했다.
이어 대선 패배 등 당의 어려움과 관련해 "요즘 흘러가는 모습이나 앞으로의 전망은 걱정이 많지만 전 (재기할 거란) 믿음을 갖고 있다"며 "역사에 대한 믿음을 갖고 가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가 우리의 가장 큰 밧줄임을 유념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이재명 대표 외에도 지도부를 포함한 20여 명 이상의 민주당 국회의원과 함께 권양숙 여사, 한명숙·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원기·문희상 전 국회의장,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야권 원로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서면으로 이 전 대표에게 축전을 보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이해찬하면 무서운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지난 2015년 (정치자금 수수) 유죄 확정판결 당시 눈물을 글썽이실 정도로 따듯한 마음을 보여주신 분"이라며 "투사 이해찬 보다는 따듯한 이해찬을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축사했다. 김부겸 전 총리는 "국가 원로가 몇 분 안 계신 상황에서 훌륭한 원로의 역할을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해찬 전 대표 측과 이재명 대표와의 연대는 지난 대선을 전후해 본격화했다. 이해찬계였던 조정식·이해식 의원, 이화영 전 부지사 등이 중심이 돼 이 전 대표 지지자 모임이었던 '광장'을 이 대표의 지지자 모임인 '민주평화광장'으로 확대 개편하면서다. 조 의원도 과거 라디오에서 이 대표와 이 전 대표의 지지자 간 연관성을 강조한 바 있다. 조 의원과 이 의원, 김성환 의원 등 이해찬계 의원들은 현재 당 사무총장, 조직사무부총장,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에 대거 포진된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이 전 부지사의 이른바 '쌍방울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와 이 대표 간의 연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을 돕는 대가로 뇌물 등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지난 11일 이 전 대표가 현재 이사장으로 있는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는 이 전 부지사가 지난 2008년 설립한 단체로 이 전 대표는 그가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발탁된 이후인 2020년부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 14일 쌍방울 의혹과 관련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쌍방울 의혹으로 민감한 시기에 이 전 대표 출판기념회 참석을 결정한 이유가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사전에 결정됐던 일정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 비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쌍방울 수사 등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가) 행보를 조심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문 전 대통령처럼 서면 축전을 보낼 수도 있는데 아쉬운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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