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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美 마이크론 1000억 투자 이끈 바이든…실속 없는 韓, 말만 '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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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PS' 앞세운 정부 지원책에 美 반도체 생산 확대 VS 韓, 'K-칩스법' 국회서 표류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역대급인 총 1천억 달러(약 142조원)를 들여 뉴욕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자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반도체 산업 육성법(CHIPS)을 앞세운 미국 정부가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지원키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초강대국 도약'을 목표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정치 싸움으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어 반도체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모양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P/뉴시스]

5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4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뉴욕주 북부 클레이에 대형 공장을 신설하는 투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미국에 연구개발(R&D) 인력을 두고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던 사업 방식을 바꿔 미국에 주요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은 1단계로 200억 달러를 투입해 2024년에 신규 공장을 착공한다. 전체 투자 규모는 향후 20년 동안 최대 1천억 달러로, 5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신규 공장에서의 반도체 양산은 2025년이 목표다.

마이크론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산 첨단 D램 생산량을 전체 글로벌 생산량의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현재 미국산 비중은 전체의 10% 수준이다.

이번 투자는 지난 8월 9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산업 육성법' 덕분이다. 이 법안에는 반도체 생산 지원에 520억 달러(약 73조7천억원) 규모 보조금을 배정하고 미국에서 공장을 짓는 반도체 기업에 25%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뉴욕주 정부도 마이크론의 역대급 투자에 일조했다. 뉴욕주 정부는 이번 공장 건설에 55억 달러(약 7조8천억원) 규모 지원금을 배정하기로 했다. 연방정부의 지원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산제이 메흐로트라(Sanjay Mehrotra)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조 바이든 행정부와 미국 의회의 '반도체 산업 육성법' 처리 덕분에 이런 투자가 가능하다"며 "법안, 세제 혜택, 주정부와의 협력 등은 아시아 국가들이 반도체 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생산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데에 핵심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마이크론 텍사스 사옥. [사진=마이크론 ]

반도체 산업 육성법 통과 후 다른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자국 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달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투자 규모는 200억 달러다. 인텔은 당초 지난 7월 착공식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반도체 산업 육성법 통과 일정에 맞춰 지난달로 착공식을 늦췄다. 퀄컴도 향후 5년간 미국 내 반도체 생산량을 약 50% 늘릴 계획이다.

애플도 미국 내 생산 비중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 180여곳 중 미국에 공장을 둔 기업의 수는 2020년 25개에서 지난해 48개로 1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 기업의 60% 이상이 애플 본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 공장을 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부품의 미국 내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칩 제조시설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하고 세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2030년까지 430억 달러를 투입하는 '반도체법안' 제정에 나섰다.

이 외에 중국은 60조원대의 국가 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굴기'를 전방위로 지원하고 있다. 대만은 법인세 부담률을 한국의 절반 수준인 14.1%로 낮추는 등 범국가 차원에서 지원책을 쏟아붓고 있다. 일본은 5월 참의원 본회의에서 첨단 기술에 대한 민관 협력과 기술 유출 방지책 등을 담은 '경제안보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지난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한국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1조원 규모의 반도체 단지 전력·용수 기반 구축에 대한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됐고, 정부가 나서 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돕겠다는 구상은 아직 요원한 상태다. 또 현행 6~16%의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 중소기업 30%로 확대하는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은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위에서 발의했으나, 야당의 비협조로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8월 4일 발의됐지만 아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위원회 심사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자체도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120조원을 들여 경기 용인에 반도체 공장 4곳을 짓기로 했지만, 2019년 사업계획 발표 뒤 3년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공사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여주시가 여주→이천→용인을 잇는 공업용수 관로 때문에 피해가 막대하다며 지원을 요구해서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기존에 국내 투자를 결정했던 대만 기업 글로벌웨이퍼스를 최근 미국에 빼았겼다. 글로벌웨이퍼스는 세계 3위 웨이퍼 제조 기업으로, 7조원대 투자로 미국 내 1천500개 일자리를 만들고 연간 120만 개 웨이퍼를 생산할 전망이다. 지니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직접 도리스 수 글로벌웨이퍼스 대표에게 통화를 걸어 보조금과 세제 혜택 등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반도체 지원법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기업들의 선제적 투자가 빛을 발하고 초격차 기술도 확보할 수 있다"며 "정치권도 초당파적으로 전략산업지원법을 조속히 처리해 반도체 산업의 기술 우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했다.

여기에 미국이 자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재편에 한발 더 나아가면서 한국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첨단 기술을 이용한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막는 포괄적 규제를 담은 새로운 조치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공장을 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현지 정부의 지원을 받을 계획이지만, 이번 일로 대 중국 수출 타격을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중 수출이 자칫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있다"며 "미국의 관련 규제는 한국 기업은 물론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사안인 만큼 향후 사안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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