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올 3분기 국내 33개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이 올 초보다 19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9개월 새 6조원 넘게 주식재산이 감소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비롯해 조(兆) 단위로 손실을 본 총수도 6명이나 속출했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주식재산 '10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조 클럽'에서 탈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4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 '2022년 3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33개 그룹 총수의 올해 1월 초 당시 주식평가액은 64조6천325억원으로 평가됐다. 이후 1분기(3월 말) 59조7천626억원, 2분기(6월 말) 51조4천463억원으로 줄었고, 3분기(9월 말)에는 45조7천34억원으로 40조원대로 폭삭 주저앉았다.
한국CXO연구소 관계자는 "올 초 대비 9월 말 기준 33개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이 18조9천291억원(29.3%) 수준으로 증발했다"며 "3분기에만 33개 그룹 총수 주식재산 3분의 1이 사라진 셈"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33개 그룹 중 3분기에 주식평가액이 조 단위로 하락한 총수는 6명이나 속출했다. 주식재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총수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창업자는 5천910만 주가 넘는 카카오 지분을 갖고 있는 상태로, 올해 9월 말 기준 김 창업자가 보유한 카카오 주식가치는 3조3천억원을 훌쩍 넘겼다. 여기에 김 창업자는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서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지분도 함께 보유 중이다.
김 창업자가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쥐고 있는 상장사 지분까지 모두 더할 경우 9월 말 기준 전체 주식재산은 6조933억원으로 계산됐다. 이는 올해 연초 때 파악된 12조2천269억원과 비교하면 최근 9개월 새 6조1천335억 원(50.2%) 정도 줄어든 금액이다.
김 창업자를 비롯해 IT기업 중 올 3분기 1조원 넘는 주식재산을 날린 총수는 3명 더 있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올 초 14조1천866억원이던 주식평가액이 9월 말에는 10조8천841억원으로 급락했다. 최근 9개월 새 3조3천억원 넘게 주식평가액이 쪼그라들었다. 이 부회장의 주식재산은 연초 대비 1분기, 2분기, 3분기에 각각 1조원 넘게 주식재산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의 주식가치도 최근 9개월 새 1조5천796억원(59.8%↓) 정도 하락했다. 특히 방 의장의 주식평가액은 연초 2조6천430억원 수준이던 것이 9월 말에는 1조634억원으로 3분기에만 60% 가까이 주식재산이 증발해 해당 주식을 보유한 개미 투자자들의 허탈감은 더욱 컸다. 현재로서는 올 연말에 방준혁 의장이 1조원대 주식재산을 유지할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역시 올 초 2조3천48억원이던 주식평가액이 9월 말에는 1조1천861억원으로 밀려났다. 3분기에만 1조1천180억원(48.5%↓) 넘게 주식재산이 급락했다. 9개월 새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IT기업은 아니지만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의 주식재산도 올 3분기에만 1조원 넘게 하락했다. 서경배 회장은 1조2천451억원(올 초 3조1천125억원→9월 말 1조8천674억원), 서정진 명예회장은 1조1천791억원(10조1천864억원→ 9조73억원) 수준으로 주식평가액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올 3분기 주식재산 하락률이 11.6%에 불과한 반면, 서경배 회장은 40%로 주식평가액 감소폭이 컸다.
1조원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최태원 SK 회장 역시 올 3분기에만 8천231억원(올 초 3조3천162억원→9월 말 2조4천931억원) 넘게 주식평가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 역시 같은 기간 6천521억원(3조6천663억원→3조142억원) 이상 주식가치가 꺾어졌다. 최근 9개월 새 주식재산 감소폭은 최태원 회장 24.8%, 정의선 회장 17.8% 수준으로 나타났다.
33명 그룹 중 4명은 올 3분기 주식재산이 증가해 주목을 받았다. 최근 9개월 새 주식재산이 가장 많이 불어난 총수는 신동빈 롯데 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의 주식재산은 올해 연초 기준 6천943억원이었는데 9월 말에는 8천59억원으로 증가했다. 9개월 새 1천115억원(16.1%)이나 되는 주식평가액이 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신 회장이 보유한 롯데지주의 보통주 1주당 주가가 1월 3일 2만9천850원에서 9월 30일 3만8천300원으로 28% 넘게 상승한 영향이 컸다.
장형진 영풍 회장도 올 초 4천49억원에서 9월 말 4천667억원으로 3분기에만 618억원(15.3%) 넘게 주식평가액이 커졌다. 장 회장의 주식재산이 증가한 데에는 고려아연 주식종목의 1주당 가치가 51만원에서 59만5천원으로 16.7% 상승한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이 외 이순형 세아 회장은 336억원(올 초 1천116억원→9월 말 1천449억원), 정몽준 현대중공업 아산재단 이사장은 105억원(1조1천262억원→1조1천367억원) 수준으로 3분기 주식재산이 많아졌다. 특히 이순형 회장은 세아제강지주, 정몽준 이사장은 HD현대 주식종목의 주식가치가 올초 대비 9월 말에 우상향한 요인이 주효했다.
올해 9월 말 기준 조사 대상 33개 그룹 총수 중 주식재산 1조 클럽에는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올 1월 초와 비교하면 2명이나 줄어든 숫자다.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0조8천842억원)이 차지했다. 톱3에는 2위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9조73억원), 3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6조933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 초 때와 비교하면 9월 말 기준 2~3위 주식부자는 순위 자리가 뒤바꿔졌다. 연초에는 김범수 창업자가 서정진 명예회장 보다 주식가치가 2조400억원 이상 높았지만, 9월 말에는 서 명예회장이 김 창업자 주식재산보다 2조9천100억원 이상 많아지며 2위 자리를 꿰찼다. 주식평가액 1~3위에 해당하는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은 올 3분기에만 10조원 넘게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4위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3조142억원), 5위는 최태원 SK 회장(2조4천931억원)이 차지했다. ▲6위는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1조8천674억원) ▲7위는 LG 구광모 회장(1조8천572억원) ▲8위는 네이버 이해진 GIO(1조1천861억원) ▲9위는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1조1천367억원) ▲10위는 넷마블 방준혁 의장(1조634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9월 말 기준 주식재산이 9천150억원으로 1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이 회장의 주식재산은 올 초 1조1천158억원→3월 말 1조1천171억원→6월 말 1조209억 원으로, 1조 클럽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왔다. 그러나 9월 말 들어 1조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3월 말까지는 1조원이 넘었지만 이미 2분기(8천216억원) 때부터 1조 클럽에서 빠졌다. 3분기 주식평가액은 6천786억원으로 1조 클럽에서 더 멀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33개 그룹 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개별 주식종목은 100곳 정도로 집계됐다. 이 중 올해 연초(1월 3일) 대비 9월 말 기준 1주당 주식가치가 가장 크게 상승한 1~2위는 '세아제강'과 '세아제강지주'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종목 모두 이순형 세아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올해 초 보통주 1주당 종가가 9만5천900원인데 9월 30일에는 14만8천원으로 54.3%나 수직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아제강지주 역시 10만원에서 15만500원으로 50.5%나 퀀텀점프했다.
이 외 최근 9개월 새 주가가 20% 이상 주가가 뛴 곳은 3곳 더 있었다. ▲롯데지주 28.3%↑(2만9천850원→3만8천300원) ▲롯데칠성음료 21.8%↑(13만1천원→15만9천500원) ▲영풍정밀 20.6%↑(9천원→1만850원) 등으로 조사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은 올 초 대비 1분기(3월말), 2분기(6월말), 3분기(9월말)에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는 상황인데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경영 여건이 더 불안정해 올 4분기에도 반등의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뚜렷하지 않다"며 "특히 IT기업 그룹 총수들이 보유한 주식종목들이 올 연말에 3분기 때보다 더 떨어질 경우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불신은 더욱 팽배해져 향후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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