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 국내 주요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다음 달 초 시작하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또 다시 불려간다. 여야는 기업 총수 대신 경영 현안을 잘 아는 회사 사장·대표이사 중심으로 증인을 불렀다는 입장이지만, 재계에선 매년 되풀이되는 '기업인 망신주기'가 올해도 재연될 것으로 보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고 내달 4일 열리는 산업통상자원부 국감에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사장을 증인으로 불러 삼성전자 세탁기 불량 조치 등과 관련해 질의하기로 했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한 정부 대응과 관련한 질의를 위해 증언대에 서게 됐다. 대형 시멘트 업체들이 시멘트 가격 인상을 통보한 뒤 레미콘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전근식 한일현대시멘트 대표 역시 국감 출석 명단에 포함됐다. 포항제철의 침수 대응 관련 사항을 묻기 위해 정탁 포스코 대표이사도 일반증인 명단에 올랐다.
같은 달 6일 열리는 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국감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비롯해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범준 대표가 플랫폼 사업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다. 상생협력 검증 등을 목적으로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와 킴벌리 린창 멘데스 나이키코리아 사장도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각 당의 증인 신청 명단에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총수들도 대거 포함됐지만 여야 협의 과정에서 빠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41명의 증인 및 참고인 국감 출석 요구안을 가결했다. 환노위 국감에는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가 원·하청 임금구조 개선 문제와 관련해 증인으로 서게 됐다. 이 밖에 광주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와 관련해 최익훈 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증정품 발암물질 유출 논란과 관련해 송호섭 스타벅스코리아 대표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쿠팡 물류 자회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정종철 대표도 물류센터 사고 예방조치 점검 차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다.
행정안전위원회는 다음달 4일 국감에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태풍 힌남노에 따른 침수 피해 및 재난 대응과 관련해 묻기 위해서다. 또 손희석 에어비앤비코리아 유한회사 컨트리 매니저는 에어비앤비 공유 숙박 불법 운영, 류혁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대표는 새마을 금고 투자와 관련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일각에선 이번에도 기업인들이 대거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이 지도부 차원에서 '기업 총수 호출 자제'를 요청해 대부분의 총수들이 이번 증인 채택에서 제외됐지만, CEO를 국감장에 앉히고 현안과 관련해 질타하려는 여야 정치권 관행은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매년 정책 국감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실제로는 기업인들을 불러 호통치고 망신을 주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며 "여야가 경쟁하듯 기업인을 부르고 있지만 점차 '국정 감사'의 본질을 벗어나 '기업인 감사'로 변질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감에 기업인을 증인·참고인으로 부를 때는 피감기관 답변을 검증하는 등 최소한의 경우에 예우를 다해 답변을 요청하고, 기업 관련 현안이 있으면 별도 청문회를 열어 해결하면 될 일"이라며 "매년 기업인을 불러 장시간 기다리게 하고, 엉뚱한 질문을 퍼붓는 식의 갑질 행태를 언제까지 되풀이 해야 하는 건지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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