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성원 기자]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를 터치했다. 고환율이 내년 상반기까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화유동성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예의주시하면서도 국내은행 등의 외화유동성, 건전성 등이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여 만에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를 돌파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된 모습. [사진=뉴시스]](https://image.inews24.com/v1/8da185eda90f54.jpg)
2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준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7.27~134.21%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에서 제시하는 80%를 상회한 양호한 수준이다.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은 잠재적인 유동성 위기 상황에서 한 달간 예상되는 외화 유출액 대비 고유동성 자산의 비율을 뜻한다.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 비율로 수치가 높을수록 유동성 위기 발생 때 금융사가 정부 지원 없이 오래 버틸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3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한 뒤, 환율이 1천400원대를 넘어서는 등 금융 변동성이 한층 더 확대된 상황이다. 이번에 기준금리를 3.00∼3.25%로 올리면서 한국 기준금리(2.50%)의 차이가 0.75%p로 더 벌어졌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돼 환율이 상승하게 된다. 외국인들은 자산가치 하락을 우려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서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에 은행권은 향후 금융당국의 방침에 맞춰 외화 관리에 철저히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22일 오전 이복현 금감원장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사진은 이복현 원장이 지난달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민·당·정 정책간담회와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사진=아이뉴스24DB]](https://image.inews24.com/v1/af30c808edac4f.jpg)
이날 금감원은 이복현 금감원장은 주재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금감원은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커버리지비율이 지난 8월 기준 124.1%로 규제비율(80%)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안정적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또 한·미 기준금리가 재역전했지만, 과거 사례와 최근 외국인 보유채권 듀레이션, 국가신용등급(AA) 대비 높은 금리 등을 감안하면 급격한 자금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기준 3.89%로, 영국(3.31%)과 프랑스(2.44%), 대만(1.40%) 등 동일한 등급(AA) 국가의 국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국채 장기물 금리가 다른 국가보다 높다는 건 향후 한국의 경제 전망을 타국 대비 낙관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지난 2005년 8월부터 2007년 9월 동안 한·미 기준금리가 최대 1.00%p 역전됐지만, 한국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유가증권투자 금액은 6천억원에 불과했다. 2018년 3월에서 2020년 2월 당시에도 한·미 기준금리가 최대 1.00%p 역전됐음에도 7천억원이 유입된 바 있다.
이 원장은 "국내 금융사 보유 외화증권 대차거래를 활용해 외화유동성을 관리해 달라"면서 "제2금융권 유동성과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등 그동안 마련한 시장 안정과 리스크관리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향후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에 대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최근 금리와 환율 등 상황을 반영해 스트레스테스트 시나리오를 재점검하고, 이상 징후 발생에 대비한 실효성있는 단계별 대응방안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임성원 기자(onen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