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하이투자증권이 서울과 부산 영업점 내 별도의 '디지털케어팀'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비대면 자산관리(WM)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규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하이투자증권 노동조합은 "디지털케어팀은 실적이 부진한 직원들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부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들어 증시 침체가 이어지며 리테일 수익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사측이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구조조정 작업에 나서는 것이란 주장이다.
노조 측은 디지털케어팀에 인력 차출을 강행할 경우 고용노동부에 제소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케어팀 신설을 두고 노사 간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서울 여의도WM센터와 부산WM센터에 리테일 조직과는 별개의 '디지털케어팀'을 1개씩 신설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케어팀은 비대면 자산관리를 담당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1개팀당 인원은 약 5~6명 정도로 구성되며, 총 12명의 인원이 소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영업점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면 고객들은 증가하고 있다"며 "비대면 고객들을 관리해서 회사의 신규 수익 창출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디지털케어팀 신설이 검토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증권사의 영업점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59개사)의 영업점 수는 837개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9개(4.45%)가 줄었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03개(11%)나 감소했다.
하이투자증권도 국내 지점을 조금씩 축소해왔다. 하이투자증권의 지난 상반기 말 기준 국내 지점은 24개로, 지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6개가 줄었다.
노조 측은 디지털케어팀을 실적 부진자에 대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 관계자는 "결국 디지털케어팀으로 발령나는 직원은 지점장이나 센터장이 영업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는 나이 많은 직원, 저성과자들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회사 측이 이달 중 디지털케어팀 인력 공모를 실시했지만, 지원자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부 직원들 역시 디지털케어팀을 기피해야할 부서로 보고 있다는 판단이다. 자발적인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가 전환배치 발령을 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디지털케어팀의 역할이 비대면 자산 관리인데, 결국 6개월 동안 활동이 없었던 10만원 미만의 비대면 자산을 가지고, 콜센터 영업을 하겠다는 뜻"이라며 "본인이 관리하는 자산은 인정해주겠다고 하지만, 전환배치를 하게 되면 자산 누수가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비대면으로 만들어진 계좌는 고객이 마케팅 동의를 하지 않으면, 직원들이 접근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영업 자체가 막히는 것"이라며 "리테일에 국한해서 팀으로 운영할 게 아니라, 전사 차원에서 별개 조직을 만들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하고, 다른 증권사 대부분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디지털케어팀 신설과 관련해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은 맞다"면서 "다만 공식적으로 인사이동 조치가 있었다거나, 발령이 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케어팀이)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지도 공표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아직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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