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M17' 대신 'M15X' 택한 박정호…청주에 5년간 15兆 투자하는 까닭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 10년을 돌이켜 보면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내다본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다가올 10년을 대비해야 하는 시점에서 'M15X' 착공은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이 충북 청주에 15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로 미래 준비에 나선다. 당분간 '반도체 혹한기'가 이어질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선제 투자로 신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냄으로써 경쟁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향후 5년에 걸쳐 총 15조원을 들여 신규 반도체 생산 공장인 M15X(eXtension)를 건설한다고 6일 밝혔다.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미 확보된 부지에 M15의 확장 팹인 M15X를 예정보다 앞당겨 착공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0월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내 약 6만㎡(제곱미터) 부지에 M15X를 착공해 2025년 초 완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M15 유휴 공간에 추가 설비 구축을 단행했다.

M15X는 복층 구조로, 기존 청주 M11, M12 두 개 공장을 합한 것과 비슷한 규모다. 낸드플래시를 생산했던 M15 바로 옆에 위치한다. M15X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낸드플래시, D램 중 어떤 제품을 생산할 지 향후 결정할 방침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공급망 불안정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SK하이닉스가 이처럼 결정을 내린 것은 향후 시장이 장기적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해서다. 또 과감한 선제 투자로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늘었던 PC 수요가 감소세로 전환하고, 아마존, 넷플릭스 등 주요 IT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메모리 반도체 업황의 변동 주기가 짧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최근 월가를 중심으로 업황이 2024년부터 서서히 회복되고 2025년에는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속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SK하이닉스도 2025년 업황 반등에 맞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늘리기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 M15X 건설을 계획한 듯 하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SK하이닉스가 이전에도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속 선제 투자를 통해 시장 내 경쟁력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경험이 이번 투자의 밑바탕이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계 투자 축소 분위기가 지속되던 지난 2012년에도 적자 상태였지만 전년보다 10% 이상 투자를 대폭 늘려 결국 그해 연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에도 시장 상황은 불투명했으나,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호황기를 대비하기 위해 2015년 이천 M14를 과감하게 건설해 2017년부터 2년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를 통해 2014년부터 10년 내에 총 46조원을 투자해 이천 M14 포함 총 3개의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겠다는 '미래 비전'을 2018년에 조기 달성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내 'M17' 신규 공장을 증설하려던 계획은 이번에도 보류키로 했다. 클린룸 조성에만 약 4조3천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던 M17은 당초 2025년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지난 6월 말 해당 안건 결정을 보류하며 현재 착공 시점이 불투명해졌다.

이후 블룸버그통신 등 일부 외신에선 SK하이닉스가 내년 설비투자 계획을 조정할 것이란 관측과 함께 내년 자본 지출을 25%가량 줄여 16조원 수준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측은 이번 투자 계획 발표로 다소 빗나갔다.

업계에선 M17이 세워지는 청주 테크노폴리스 내 부지가 문화재 조사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 산업단지로 조성돼 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SK하이닉스가 투자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봤다. M15X보다 M17의 규모가 커 투자 부담이 더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M17이 들어설 청주 테크노폴리스가 내년쯤 산업단지로 조성될 가능성이 높아 SK하이닉스가 이에 맞춰 투자 계획을 변경한 듯 하다"며 "M17 증설 결정은 산업단지 조성 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근 M17 신규 공장은 반도체 시황 등 경영환경을 고려해 착공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M15X 건설 계획은 오는 2025년 업황 반등에 맞춰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늘리기 위한 사전 준비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M15X가 다가올 호황기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