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혜경,박진영 기자] 대통령실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DPG)위원회가 2일 닻을 올렸다. DPG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토대로 모든 부처를 하나로 연결하고 행정서비스 플랫폼을 일원화하는 것이 골자다.
세부 추진계획은 내년 1분기에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개념적 모호성을 조기에 해소하고, 데이터 아키텍처를 구축하는 등 위원회가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특히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은 DPG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변수다. 빅브라더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정보 권리 보장 체계를 내재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데이터 아키텍처 아직 정해지지 않아"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류제명 DPG추진단장은 "인수위에서는 '데이터 레이크(Data Lake‧데이터 호수)'를 언급했지만 데이터 아키텍처 형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상시적으로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는 방법도 있지만 필요할 때 연계해 처리하고 단절하는 방식도 있다. 세부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심도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DPG의 핵심은 공공 데이터 개방이다. 당초 인수위는 공공 데이터를 네거티브 원칙 하에 전면 개방하고 데이터를 한 곳에 모으는 데이터 레이크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네거티브 원칙이란 큰 틀에서는 허용하되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형식으로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데이터 플랫폼은 기술적 차원에서 ▲데이터 웨어하우스(Data warehouse‧DW) ▲데이터 레이크 ▲빅데이터 패브릭(Data Fabric) 등으로 분류되며, 데이터 종류는 ▲정형 데이터 ▲반정형 데이터 ▲비정형 데이터로 나뉜다. 이중 데이터 레이크는 가공되지 않은 원(로우) 데이터를 수집해 모아놓은 저장소를 뜻한다. 데이터를 원래 형태로 축적해두고 추후 필요에 따라 가공하는 구조다. 데이터 레이크에는 구조화된 데이터는 물론, 반구조·비구조화된 데이터 모두 축적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핵심 데이터 정책으로 추진됐던 '데이터댐'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고, 정부 주도로 데이터 공급이 이뤄진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 데이터댐은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한 데이터 구축 사업의 핵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용어가 아닌 문 정부 당시 만들어진 용어다.
이는 정부가 각종 공공 데이터나 AI 학습 등 다양한 분야에 양질의 데이터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민간에서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정부가 만들어 민간에 제공하는데 초점을 뒀다. 데이터 레이크는 날 것 그대로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형태라면, 데이터 댐은 정부가 인공적으로 데이터셋을 구축해 공급한다는 측면이 강하다.
지난 5월 열린 '2022 한국IT서비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DPG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목적과 사용자 중심의 유연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목적이 우선돼야 데이터가 뒤죽박죽 혼재 않고 서비스에 직결될 수 있다는 것. ▲용도 ▲존재 유형 ▲현행 데이터 품질·관리체계 ▲업무특성 ▲기술 성숙도 등을 고려해 아키텍처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 '빅브라더 논란'·'전자정부 꼬리표' 피하려면?
디지털플랫폼 정부의 성공 요건은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이다. 전방위적인 데이터 개방은 개인정보 보호 이슈와 맞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열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 미래포럼에서 강태욱 민간위원은 "DPG 서비스 구현 과정에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체계와의 정합성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 "DPG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널리 활용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보호법에 정한 경우 정도를 제외하면 3자 제공 이전에 미리 '제공받는 자'를 특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 보호와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지난 6월 '제11회 개인정보보호페어(PIS 2022)'에서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개인정보의 합법적 처리 근거를 좀 더 세밀하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데이터가 흐르는 과정에서 기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개별법에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현 관련 규정을 마련하거나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처리 근거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 교수는 DPG 소관 부처 등의 내부 기준과 체계를 정비하는 등 감독체계를 강화할 것도 강조했다.
DPG 구체적 추진 방안에 대한 모호성은 물론, 부처간 데이터 사일로(silo)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미래포럼에서 "DPG가 제시하는 플랫폼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데 플랫폼의 개념적 의미인 매개의 역할을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지 제시될 필요가 있다"며 "공공과 민간 데이터를 통합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민간데이터까지 공유하는게 제도적으로 가능한 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전자정부, 정부3.0 등 정부혁신 사업과의 차별성과 연계성을 명확히 수립할 필요가 있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는 현재 상황에서 DPG 개념이 모호하고 기존 정책과의 관계가 불확실해 정책 추진 과정에서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 측은 "새로운 비전과 사업만 나열할 것이 아닌 이미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 개방, 데이터 통합, 플랫폼 활용 관련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혜경 기자(hkmind9000@inews24.com),박진영 기자(sun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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