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임성원 기자] 1억원 이상의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흉악 범죄, 불법 브로커와 병원간 공모 보험사기 등 조직적·지능형 보험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보험사기 재발 방지를 위해 칼을 빼든 가운데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실효성 있는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보험사기로 판결이 확정된 1억원 이상 사망보험금 보험사기 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무직·일용직 등 특정한 직업이 없는 50대 이상의 가족이 보험금 편취 목적으로 흉기·약물 또는 사고사로 위장해 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 가해자는 10명 중 6명이 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는 배우자(44.1%), 부모(11.8%), 형제자매·자녀(각각 2.9%) 등 가족이 61.7%를 차지했다.
또 무직·일용직이 26.5%로 가장 많았으며, 연령별로는 60대 이상(35.5%), 50대(29.0%) 등 고령층이 대부분이었다. 보험사기 수법으로는 흉기·약물(38.7%)을 사용하는 범죄가 가장 많았다. 이어 일반 재해사고(22.6%), 교통사고(19.4%) 등 위장을 통한 보험사기도 발생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자녀와 전 아내는 피해자(아버지)가 사망할 경우 14억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계약에 가입했다. 이후 피해자가 물놀이 도중 갯바위에서 미끄러져 익사하였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수사 결과 피해자를 바다에 빠뜨린 후 등에 올라타 양팔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해 사망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실손보험 가입 환자를 유인하는 불법 브로커가 병원과 공모해 환자로 하여금 보험금을 수령하는 보험사기 수법도 성행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 한 한의원에서 653명의 환자가 공진단을 처방받고 허위로 실손보험금을 지급받아 공범으로 연루됐다. 지난달 금감원은 소비자경보 '주의' 등급을 발령했다.
이들은 실손보험 청구가 불가능한 공진단을 보험금으로 구입할 수 있게 처리해주겠다고 홍보한 브로커의 소개로 보험금 총 15억9천141만원, 1인당 244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보험금을 부당 수령한 환자들은 환수당하거나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등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브로커 조직 대표 1명과 원장 등 병원 관계자 4명도 보험사기방지특별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징역형 등 유죄 선고를 받았다.
금감원은 코로나19 장기화와 금리·물가 인상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사망보험금을 노린 범죄가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 등을 통해 관계 기관과 공조해 고액 사망보험금을 노린 보험사기에 대한 조사와 적발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보험사기 의심 사례를 알게 된 경우 보험사의 보험사기신고센터에 적극 제보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연말까지 생명·손해보험협회와 공동으로 '보험사기 특별신고·포상금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백내장을 비롯해 갑상선·도수치료·미용성형 등 비급여 진료 항목까지 신고 대상으로 확대했으며, 포상금도 늘려줬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 등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당 특별법이 보험사기 재발 방지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르면 보험사기 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 징역,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됐다. 그러나 보험사기에 가담한 이들이 대부분 벌금형에 그쳐 징역형 처벌까지 가는 사례가 드물다. 보험금을 환수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제21대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올해 들어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빈틈을 매꾸기 위한 총 5건의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보험범죄 정부합동대책반을 설치해 운영하거나 보험업 종사자가 보험사기죄를 범한 경우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 등을 마련하는 개정안이다.
전문가들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대해 보험사기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 제정됐지만 최소한의 사항만을 규율하고 있어 종합적·실효적 대응을 위한 근거 법령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사기에 대한 종합적·실효적·선제적 대응을 위해 특별법의 체계를 정비하고 내용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변화로 인해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제약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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