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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의 질문과답] 2023 예산 톺아보기…감세→긴축재정, 예견됐던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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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 복지와 꼭 필요한 이들에게 사용돼야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확정됐다. 윤석열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건전재정, 다른 말로 하면 ‘덜 쓰겠다’는 것이 주요 흐름이라고 한다. 한편에서는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건전재정이 오히려 ‘독(毒)’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답>: “기획재정부는 윤석열정부 첫 번째 예산안을 건전재정, 즉 긴축재정으로 꼽았다. 기존의 확장재정을 건전재정으로 바꿔 재정기조 전면 전환을 내세웠다. 역대 최대 지출 재구조화 기반을 통해 국정과제, 핵심정책과제를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야권에서는 ‘건전재정이 지금의 경기상황에서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제400회 국회(정기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 출석,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내년도 예산안을 짚어보기 전에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지난 7월 21일 윤석열정부는 ‘서민감세’ 보단 ‘기업 감세’에 초점을 둔 ‘2022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세제개편안을 보면 법인세는 ‘확’ 내리고 소득세는 ‘찔끔’ 내린 것으로 정리된다. 즉 대기업의 세금은 줄이고 월급쟁이 지갑은 덜 신경 쓴 셈이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2026년까지 세수가 약 13조1천억원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세목별로 보면 소득세가 이 기간 동안 2조5천억원 줄고 법인세는 무려 6조8천억원이나 줄어든다.

이제 내년도 예산안을 보자. 기재부는 2023년 총지출을 639조원으로 잡았다. 이는 올해보다 5.2% 증가한 규모에 불과하다. 2018~2022년 본예산 총지출 증가율 평균(8.7%)의 60% 수준이다.

감세를 했으니 국가재정은 줄어들 것이고 긴축재정이 될 것이라고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돈이 흐르는 곳에서 세금을 걷고 이를 불평등과 불균등한 곳, 복지 사각지대에 써야 하는 게 국가재정이다. 긴축재정은 ‘불평등과 불균등한’ 곳에 가야 할 돈이 줄어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대기업 감세, 나눠주기식 예산사업 축소 등으로 이어지는 건전재정은 복지지출 증가 억제로 이어진다. 실제 보건·복지·고용 부문 예산은 전체 총지출 증가율 5.2%보다 작은 4.1% 늘어나는데 그쳤다. 고령화로 복지지출의 자연 증가분을 고려하면 그 외 복지지출은 규모가 정체되거나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 주무부처인 중기부의 내년도 예산이 28%나 줄어든 것은 코로나19 손실보상이 종료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큰 폭이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 측은 “이미 많은 선진국이 경제 위기가 찾아왔을 때 긴축에 나설수록 경제가 더 악화해 국가채무가 더 상승하는 ‘부채의 역설’이 작동함을 경험했다”고 비판했다.

재정을 통해 해결해야 할 국가적 숙제가 많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등 감염병 재난 이외에도 저출생,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사회적 위험 문제, 최근 경제위기 등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재정의 적극적 운용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낮은 조세 부담률 ▲낮은 국가채무 비율 ▲높은 복지 수준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참여연대 측은 이를 두고 “윤석열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복지 축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정부의 예산은 이명박정부의 감세와 작은 정부의 후속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23 예산안.(단위:조원, %) [사진=기재부]
2023 예산안.(단위:조원, %) [사진=기재부]

원전분야에서도 윤석열정부의 정책기조는 뚜렷이 나타난다. 원전은 산업 생태계와 함께 안전 분야가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수출과 기술개발에만 집중한 예산안을 내놓았다. 원전과 관련된 대기업을 육성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낙수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자력 생태계 강화를 위해 정부는 올해 5천428억원보다 대폭 늘어난 6천726억원 예산을 책정했다. 역량강화·일감창출(483억), 중장기 기술개발(3천387억), 원자력 인프라(2천526억) 등이다. 대부분 기술개발과 원자력 인프라 강화 등 대기업 중심의 원전 발전 전략에 맥이 닿아 있다.

방사성폐기물처리장에 대한 예산도 있는데 모양새만 냈다. 원전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과 달리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줄었다. 올해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과 보급지원 사업 예산 등에 9천804억원 편성됐는데 내년 예산안에서는 6천643억원으로 줄었다. 정부 연구개발(R&D)예산이 3%늘어난 가운데서도 전 부처 중 원자력안전위원회의 R&D예산만 두 자리수(15.4%↓)나 삭감됐다.

병월급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사병 월급을 20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내년도 편성된 예산안을 보면 병 월급은 병장 기준으로 올해 82만원에서 내년에 130만원(월급=100만원+사회진출지원금=30만원)으로 인상된다.

2024년에는 ‘월급=125만원+사회진출지원금=40만원(총 165만원)’으로 인상하고 2025년에야 ‘월급 150만원+사회진출지원금 55만원(총 205만원)’으로 200만원을 넘어선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된 셈이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줄인 것을 두고도 비판이 거세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올해 20조7천억에서 내년 15조1천억으로 5조6천억원(27.3%) 삭감했다. 윤석열정부는 공공임대주택 대신 ▲분양주택 예산 ▲주택구입·전세자금·이차보전 등의 예산을 올해 10조2천억원에서 내년 13조2천억원으로 늘렸다.

공공임대주택 예산 일부를 분양주택 융자, 대출 지원 등에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빈곤사회연대 등은 이 같은 사실을 강조하면서 “폭우에 사망자가 발생한 ‘반지하 가구 대책’을 발표한지 불과 3주 만에 반지하·쪽방 거주자의 주거 상향을 위해 최우선해야 할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윤석열정부의 ‘2023 예산안’을 두고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애초 장밋빛 미래를 제시한 공약은 ‘공허한 목소리’가 되고 반드시 사용돼야 할 곳에는 예산을 삭감했다는 게 골자다. 그 대신 대기업 지원과 연구개발 예산을 늘리면서 작은정부를 표방한 ‘낙수효과’에 지나치게 기대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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