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건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 인플레이션 공포가 확산하면서 국내 주택정비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건설사들이 과거에는 정비사업 수주를 놓고 암암리에 금품 및 향응까지 제공하며 치열한 수주전을 펼쳤지만, 이제는 원가율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몸을 사리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의 4천가구 대형 재개발 사업인 신흥 1구역이 지난 27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현장설명회를 진행했다. 현장설명회 현장에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지난 4월 1차 설명회에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곳도 없었기 때문이다.
1차 설명회 당시 DL이앤씨, GS건설 등 4곳이 참가 의향을 보였지만, 정작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민 대표들은 30분 넘게 건설사 직원들을 기다렸다. 이후 주민들이 참가 의향을 보였던 건설사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불참의사를 최종 확인한 뒤 행사를 취소했다.
해당 사업은 알짜 사업인데도 건설사들이 설명회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원자재와 인건비가 폭등했는데도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3.3㎡당 495만원)가 낮았다는 것이다. 이후 조합은 3.3㎡당 510만원 수준으로 인상해 제시하면서 2차 설명회에는 GS건설과 DL이앤씨 등이 참여했다.
이들 건설사들은 사업성 검토를 다시 거쳐 최종 입찰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의 입찰마감일은 오는 8월이며 9월 시공사 선정 총회에 나선다. 신흥1구역은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일대(19만6천693㎡)에 공동주택 4천183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부산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분류되는 해운대구 우동3구역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해당 조합은 지난 27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5번째 공고를 냈다. 해당 사업의 예상공사비는 9천200억원에 달하며 부산 해운대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도 건설사들은 해당 사업에 입찰을 꺼리고 있다. 원가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조합과 공사비를 높고 이견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3차 입찰에는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고, 지난 24일 4차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만 참석해 또다시 유찰됐다. 성남 수정구 수진1구역 재개발 등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 철근과 시멘트, 목재 등 자재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비용이 대폭 늘어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건설용 재료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3월 113.28에서 올해 3월 138.73으로 무려 22.46% 올랐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로 인해 분양가로 전가하지 못했다.
결국 정부는 최근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통해 자재값 상승을 분양가에 적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추진하기로 했다. 레미콘, 철근 등 비중 상위 2개 자재가격 상승률 합이 15% 이상이거나 하위 3개자재(유리·마루·거푸집)상승률 합이 30% 이상인 경우 비정기 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PHC 파일, 동관을 창호유리, 강화마루 등 사용 빈도가 높고 기본형 건축비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항목으로 교체한다. 건설업계는 이같은 조치에도 인건비를 비롯한 여러 자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 가격전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자재비 급등이 한창 이뤄진 뒤에 분양가격이 후행하며 반영하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체감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조합들도 둔촌주공 사태 이후 건설사와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있지만, 일부 무리한 요구를 하는 조합도 많아 현장별로 사업성을 철저히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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