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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소버린 사태' 재현될라"…사모펀드 지분 증가에 韓 기업 경영권 위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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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00대 기업 사모펀드 지분 10년간 7.2%p 증가…"경영권 방어수단 절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 미국 헤지펀드인 소버린은 지난 2003년 SK㈜ 지분 14.99%를 집중 매입했다. 이후 소버린은 감사위원 선출시 3% 의결권 제한을 받지 않도록 미리 5개 자회사에 2.99%씩 지분을 분산시켰고, SK측에 경영진 퇴진, 부실계열사 지원 반대,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 개입을 시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이 일로 경영권을 잃을 절체절명의 상황까지 내몰렸고, 결국 SK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약 1조원을 소진했다. 소버린은 2년 후 투자액의 5배인 9천459억원을 주식매매차익과 배당금으로 챙긴 뒤 철수했으나, SK는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미국 헤지펀드인 소버린은 2003년 SK㈜ 지분 14.99%를 매입해 경영권 개입을 시도했다. [사진=SK ]
미국 헤지펀드인 소버린은 2003년 SK㈜ 지분 14.99%를 매입해 경영권 개입을 시도했다. [사진=SK ]

이처럼 행동주의 펀드 등 다양한 세력들로부터 기업들이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음에도 국내에 이를 방어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가며 국민연금이나 사모펀드의 기업경영 참여를 유도하고 있지만,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필요하다는 기업 의견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2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진행한 '2011년 대비 2021년 자산 100대 기업 주요주주 지분 변동 조사'에 따르면, 사모펀드나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기업 지분은 10년 전보다 늘었지만 오너 지분은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

전경련은 "정부가 자본시장법, 상법 등을 개정해가며 사모펀드나 국민연금의 기업경영 참여를 촉진시키는 상황"이라며 "사모펀드 등의 지분 확대로 기업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고 강조했다.

미국 헤지펀드인 소버린은 2003년 SK㈜ 지분 14.99%를 매입해 경영권 개입을 시도했다. [사진=SK ]
[표=전경련]

자산 100대 기업에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요주주들의 지분을 살펴본 결과, 사모펀드 보유 지분은 2011년 평균 14.4%에서 2021년 21.6%로 증가폭(7.2%p)이 가장 컸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 지분도 7.4%에서 8.7%로 1.3%p 증가한 반면, 오너 지분은 2011년 43.2%에서 2021년 42.8%로 오히려 0.4%p 줄었다.

2021년 기준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 등이 최대주주인 6개사의 경우 최대주주 지분이 2011년 43.6%에서 2021년 60.0%로 대폭(16.4%p) 늘었다. 정부가 기업 M&A나 자금조달을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금융자본의 기업경영 참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또는 정부가 최대주주인 기업도 최대주주 보유지분이 소폭(국민연금 1.4%p, 정부 0.6%p) 증가했다. 반면 최대주주가 오너 기업인 경우에 한해서만 최대주주 지분이 2011년 43.2%에서 2021년 42.8%로 0.4%p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조사대상 100곳 중 경영권이 변경된 기업은 10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롯데손해보험, 유안타증권, 대우건설, SK증권 등 4곳은 사모펀드가 인수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금융계열사를 매각할 때 이를 사모펀드가 인수한다거나,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빠졌을 때 긴급자금을 수혈해주는 등 사모펀드의 역할은 다양하다"며 "그러나 최근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컨소시움과의 분쟁사례에서 보듯, 초기에는 재무적 투자자로서 경영자에게 우호적이다가 이후 주주간 계약을 빌미로 경영권을 위협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헤지펀드인 소버린은 2003년 SK㈜ 지분 14.99%를 매입해 경영권 개입을 시도했다. [사진=SK ]
[그래프=전경련]

또 전경련은 정부가 토종자본을 육성하고 해외 PEF들과의 역차별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자본시장법상 '10% 보유의무 룰'을 지난해 폐지하면서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행동주의펀드 엘리엇이 지난 2019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계획을 무산시키거나,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면서 그 과정에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것처럼 이제 국내 사모펀드들도 더 적은 비용으로 대기업 경영권을 공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기업 오너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다양한 세력들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으나, 이를 방어할 수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상법상 '3% 룰' 때문에 주요주주 간 경쟁에서 최대주주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3% 룰'은 상장회사의 감사·감사위원 선임시 발행주식 총수의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다. 특히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합산해 3% 룰을 적용 받기 때문에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 시 주요주주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하다.

전경련 관계자는 "2003년 소버린과 SK 간 경영권 분쟁에서 확인된 것처럼 최대주주는 특수관계인과 합산해 3%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하지만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는 '지분 쪼개기'로 보유지분 전량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정부가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해가며 국민연금이나 사모펀드의 기업경영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나,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수단이 필요하다는 기업 의견은 외면하고 있다"며 "경영권 공격세력과 방어세력이 경영권 시장에서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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