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신조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1척당 3천억원을 돌파했다.
이에 일각에서 국내 조선사가 과거 맺은 LNG 운반선 건조 계약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지만, 오히려 호재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기존 선박의 취소로 더 비싼 가격에 해당 선박을 신규 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17만4천m³ 이상 LNG선 가격은 2억2천700만 달러(약 2천924억원)에 달한다. 이는 1년 전(1억8천900만 달러)보다 20% 이상 급증한 수준으로, 클락슨리서치가 연평균 선가를 산출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최고치다.
6월 들어서도 LNG 운반선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 현대삼호중공업은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로부터 LNG 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번에 수주한 LNG 운반선의 척당 단가는 2억4천만 달러(3천97억원)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최근 LNG 운반선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며 선박 계약 해지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는 사례도 나온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앞서 이달 초 지난 2월 아프라카 선사로부터 5천347억원에 수주한 LNG 운반선 2척의 계약이 1차 선수금 미지급으로 취소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직후 아시아 소재 선사로부터 LNG 운반선 2척을 5천724억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해지된 계약과 신규 계약의 계약 종료일이 모두 2025년 2월 28일로 동일한 점에 미뤄 다른 선주가 해당 선박 건조 계약을 더 비싼 가격에 승계한 것으로 추정된다. 계약 해지는 통상 악재로 여겨지지만, 최근 LNG 운반선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가운데, 계약 해지 선박의 신규 계약 갱신이 이뤄지면서 오히려 호재가 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달 2020년 10월 12일 러시아 선주로부터 수주한 LNG 운반선 3척 중 1척에 대한 계약이 해지된 바 있다. 선주 측이 대금 지급 기한을 지키지 않아 대우조선해양 측이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다. 당시 1척당 가격은 1억9천378만 달러 수준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후 이달 초 카타르와 LNG 운반선 4척을 한 척당 2억1천440만 달러에 수주했다.
LNG 운반선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것은 글로벌 환경보호 규제가 늘어나면서 천연가스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도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에 이어 천연가스 생산량 2위인 러시아는 그동안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해왔지만,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위해 유럽 국가들이 천연가스 수입처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카타르 프로젝트' 발주 물량이 본격화하는 점도 LNG 운반선 가격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LNG 생산국인 카타르는 현재 약 7천700만 톤(t)의 LNG 생산능력을 2027년까지 1억2천600만t으로 확대하는 증산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카타르 국영 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QP)은 이에 발맞춰 2020년 6월 국내 빅3 조선업체와 100척 이상의 LNG 운반선 건조 슬롯 계약(선박용 도크 선점)을 체결한 바 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타르 가스전에 투입될 LNG운반선에 대한 본 계약이 체결될 경우, 한국 조선 빅3의 LNG 운반선 백로그(슬롯)은 2026년까지도 완판"이라며 "향후 LNG운반선 신조선가는 2000년대의 고점 2억5천만 달러도 돌파할 기세"라고 전망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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