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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펙트스톰' 공포에 벌벌 떠는 재계…전략회의에 경영환경 재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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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價 급등·환율 불안·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 침체 우려 커져…실적 '빨간불'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국내 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한꺼번에 덮치는 위기)'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오면서 재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중국 주요 도시 봉쇄 장기화, 원자재 가격 인상, 금리 인상 등 복합 악재가 동시에 닥치면서 일부 기업들은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어 경영 전략 재검토에 속속 나선 모습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와 미·중 갈등 심화 속 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며 지구촌 경제가 위기를 맞았다. [사진=조은수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와 미·중 갈등 심화 속 올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지며 지구촌 경제가 위기를 맞았다. [사진=조은수 기자]

1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과 LX그룹은 이달 말께 각 계열사별로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진행한다. LX그룹의 경우 지난해 5월 출범 후 분기별로 사장단 회의를 진행 중이지만, 사업보고회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사장단 회의가 진행됐던 지난해 7월에는 구본준 LX그룹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LX의 이 같은 움직임은 LG그룹의 시스템과 경영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 영향이 크다. LG그룹은 지난 1989년부터 33년간 상·하반기 두 차례 사업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중장기 전략과 현안을, 하반기엔 목표 성과 점검 및 내년 사업 계획을 세우는 방식이다.

LG그룹도 이달 말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재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연다. 지난 2020년부터 코로나19 여파로 하반기에 한 차례만 진행됐으나, 엔데믹 시기를 맞아 상반기에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상반기는 계열사별 수시 전략회의로 대체했다.

이번 사업보고회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점검 대상 계열사 및 사업본부를 5~7개로 압축해 진행된다. LG그룹은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전략 방향을 점검하고, 그룹 차원의 미래 사업 준비를 살펴볼 예정이다.

LG그룹은 이달 말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재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연다. [사진=아이뉴스24 DB]
LG그룹은 이달 말 구광모 LG그룹 회장 주재로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상반기 사업보고회를 연다. [사진=아이뉴스24 DB]

재계 8위 현대중공업그룹의 권오갑 회장도 지난달 20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최근 대외 경영환경 변화를 복합적인 위기로 판단하고 대비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한화토탈에너지스 등 그룹 내 유화·에너지 사업부문은 지난 4일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재계 8위 현대중공업그룹의 권오갑 회장도 지난달 20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다. 최근 대외 경영환경 변화를 복합적인 위기로 판단하고 대비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그룹에선 지난해 12월 올해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사장단 회의 이후 4개월여 만에 사장단 회의가 소집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권 회장은 "앞으로의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며 "사별로 '워스트 시나리오'까지 고려해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한화토탈에너지스 등 그룹 내 유화·에너지 사업부문도 지난 4일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대란, 금리 인상 같은 중첩되는 대외 불안 요소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남이현 한화솔루션 대표는 '컨틴전시 플랜(위기 대응 방안)' 수립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남 대표는 "유가를 포함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과 공급망 차질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 테스트(건전성 검사)를 통한 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하자"며 "위기 상황에서도 차질 없는 성과를 내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등 포트폴리오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자"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의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는 지난달부터 100여 명 정도의 전 계열사 임원 임금을 20% 삭감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타이어 원재료인 고무 가격이 지난해 9월 이후 50% 가까이 올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탓이다.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들도 전반적인 경영환경과 계획 등을 재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는 지난달 조직 개편을 통해 공급망 리스크를 관리하는 조직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러시아 경제 제재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사업에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상 계획을 세워 면밀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통해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의 공급망관리실(SCM) 조직을 'SCM담당'으로 격상시켰다. 또 반도체 구매 역량을 증대시키기 위해 전사 차원의 반도체개발·구매팀과 반도체공급 대응 테스크포스팀 등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들이 나선 것은 최근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중고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진 탓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원유를 비롯해 광물,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것이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GSCI)는 올해 1분기에 29%나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100달러를 오가고 있고,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가격은 지난 9일 기준 1년 전보다 421.3% 상승했다.

네온·크립톤 등 반도체 원자재 가격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았다. 지난해 6월 대비 올해 3월 네온과 크립톤 가격은 각각 260.9%, 105.1% 급증했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에겐 고민거리다. 원자재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더 비싸게 주고 사야 되는 만큼 원가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상하이·베이징 등 중국 주요 도시가 코로나19로 봉쇄되며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도 기업들에겐 치명적이다. 부품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 탓에 공급망 쇼크가 오면서 경기 둔화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 부동산 버블과 과다한 기업부채 붕괴 등으로 중국 경제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에게 위협이 되고 있다.

또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점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규모가 매우 커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을 얘기할 때 가계부채를 주로 이야기하지만 금리상승으로 인한 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은 기업부문이 더 클 수도 있다"며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부문 건전성 저하는 오히려 기업대출 부실화부터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프=전경련]
[그래프=전경련]

학계에서도 현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수도권 대학 상경계열 교수 150명을 대상으로 신정부가 유념해야 할 경제리스크를 설문 조사한 결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가계대출 부실화로 인한 금융발 경제위기 ▲부동산 버블·과다 기업부채 등으로 인한 중국경제 경착륙을 3대 리스크로 꼽았다.

또 스태그플레이션과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제조업 리스크도 위험도는 보통이지만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황에 놓이자 한국의 경제 성장 전망도 먹구름이 낀 모습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보다 40bp(1bp=0.01%포인트) 낮춘 2.8%로 하향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7%로 0.3%포인트(p) 낮췄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종전 2.7%에서 2.6%로 0.1%p 낮췄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인 2.5%로, 5개월 만에 0.4%포인트(p) 낮췄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월 전망치(3.0%)보다 0.5%포인트 낮춘 2.5%로 조정했다.

당초 문재인 정부와 한국은행은 견조한 수출과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올해 한국 경제가 3%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종 원자재 공급병목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당초 전망보다 경제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관측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신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됨에 따라 복합경제위기의 상황에서 출범하게 됐다"며 "정책적 역량이 제한돼 있으므로 공급망 교란 심화 등 발생 가능성이 높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영향이 큰 대내외 리스크부터 우선적으로 관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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