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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의 릴레이 편지 시위] ⑪ 항공과 우주는 달라, 통합때 문제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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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가 항공우주청을 둘러싸고 릴레이 편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매일 관련 메시지를 전했는데 인수위가 해단되면서 수신은 과학기술비서관, 참조는 윤석열 대통령으로 바꿨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사진=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사진=한국천문연구원]

◆다음은 문홍규 박사의 열 한 번째 편지

과학기술비서관님,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항공’과 ‘우주’ 분야의 차별성과, 새로 설립하게 될 전담기관에 두 분야를 통합하는 경우, 예상되는 문제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과학연구의 ‘이중 기술’(dual technology) 특성과 전담 기관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 과학로켓 : 군 발사체

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 독일은 V2 로켓으로 유럽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V2는 세계 최초로 만든 장거리 유도 미사일로 1944년 9월부터 1년간 수천 발을 발사해 9천 명 넘는 런던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습니다.

V2에는 유도장치가 없어, 명중률은 형편없었지만. 사정권 밖에 살던 런던 시민은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초음속 무기에 극단의 공포를 느꼈습니다. 아무런 경보 수단도, 방어 무기도 없을 때였기 때문입니다.

종전 후 서방과 소련은 독일 미사일 기술을 손에 넣으려고 뛰어들었습니다. V2를 만든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와 엔지니어들은 미군에 항복해 80여 개의 미사일을 생산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넘겼고 소련은 V2의 제작 시설을 본토로 옮겼습니다. 미·소의 로켓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폰 브라운은 후에, 존 F. 케네디의 요청에 따라 ‘아폴로 프로그램’을 지휘합니다.

미 해군연구소(Naval Research Laboratory, NRL)는 이렇게 노획한 V2 로켓과 발사체 기술을 배워 활용하는 한편, V2를 써서 지구 상층 대기와 태양의 특성을 밝히기 위해 과학실험에 착수했습니다. 미국 우주과학 프로그램과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대표되는 우주천문학(space astronomy)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군이 과학실험을 시작한 이유는 대기권과 우주공간이 미래의 전장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기 때문입니다. 벌써 80여 년 전 일입니다. 지구 상층대기의 밀도와 분포를 알아야 운반체 비행궤적을 높은 정밀도로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한편, V2에 과학 장비를 실어 태양을 향했으며, 나중에는 태양이 지구 상층대기에 영향을 미쳐 ‘전장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NRL은 연간 1조 5천억 원의 예산으로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합니다. 이곳에서는 이를테면, 감마선천문학, X선천문학, 자외선천문학, 가시광 및 적외선천문학, 전파천문학을 연구하며, 달에서 물 얼음의 존재를 알아낸 클레멘타인(Clementine) 탐사임무를 수행했는데, 탄도미사일방어국(Ballistic Missile Defense Organization, BMDO)과 NASA가 이를 주도했으며, NRL은 탐사선을 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NASA 제트추진연구소와 천문연구원이 참여하는 우주적외선 배경실험(Cosmic Infrared Background ExpeRiment, CIBER)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CIBER는 우주 탄생 직후 얼마나 많은 적외선이 방출됐는지 알아보는 실험입니다. 초기에는 이 실험에 미 공군과 업체가 만든 에어로비(Aerobee)라는 로켓을 사용했습니다. 미 공군은 로켓을 무상으로 제공했는데, 그 이유는 천체관측에 필요한 요구조건에 맞출 수 있다면 보다 높은 정밀도로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우주망원경 : 정찰위성

KH-11은 미 국립정찰국에서 만든 정찰위성입니다. 극비리에 운영돼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알려진 소련과 중국, 수단, 아프가니스탄의 영상과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이란 로켓 영상의 출처로 알려졌습니다. KH-11은 허블우주망원경과 비슷한 컨테이너에 실려 크기와 모양이 비슷하리라 추정돼 같은 기술로 만들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우주망원경과 정찰위성의 공통점은 초경량 거울과 고성능 카메라, 정밀 지향 기술로 고해상 영상을 찍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허블우주망원경을 대체할 장비로, 최근 초기운영에 성공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좁은 공간에 실어 발사한 뒤 조각 거울을 펼쳐 관측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미국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도 접이식 거울 정찰위성 개념을 발표했습니다. MOIRE(Membrane Optical Imager for Real-Time Exploitation)라고 알려진 이 위성은 구경 20m로 접이식 플라스틱 거울을 채택합니다. 이 위성은 36,000km 떨어진 곳에서 지상에 있는 개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천문연구원에서도 접이식 거울을 채택한 우주망원경 실증시험에 착수했습니다.

3. 행성탐사 : 전략기술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화성탐사선 퍼서비어런스 착륙 직후, 제트추진연구소의 연구진과 통화하며 ‘여러분은 미국을 미국답게 만들었습니다, 국민들에게 미국의 자긍심을, 어린이에게는 꿈과 희망을 줬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자국민과 외국에 ‘미국은 이런 나라거든!’하고 말하는 정치적 행위입니다. 탐사선이 3억㎞ 밖의 표적에 총알 스무 배의 속도로 날아가 자율 항법과 유도, 자동관제로 한 치 오차 없이 착륙한다는 것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이처럼 우주탐사에 나선 나라는 ‘전략기술’의 의미를 정치와 외교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우주에 왜 가느냐’고 묻는다면 과학자는 호기심으로, 공학자는 이를 기술적으로 구현해 임무 성공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로버가 화성 표면을 누비고 궤도선이 그 영상을 중계하는 것은 ‘우리가 최고’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정치적으로 고상하고 효과적이며 강력한 방법입니다.

4. 연구조직

미국은 우주분야의 의사결정 구조가 간단합니다. NASA는 백악관의 과학기술정책실(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 OSTP)과 미국 부통령이 주관하는 국가우주위원회 산하에 있습니다. 한국처럼 총리실-국가우주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게다가 산하 관리기관으로 한국연구재단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지원기관으로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와 같이, 이처럼 복잡한 조직 체계 둔 나라가 또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OSTP는 우주를 포함해 미국 주요 과학기술 분야에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의회에는 상·하원에 소위가 설치, 운영됩니다. 하드웨어적으로 기관 하나 설치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 믿는다면 오산일 것입니다. 전기자동차에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자율항법 소트웨어가 핵심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요소요소 마다 전문가 그룹이 지원해야 제대로 된 전략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천문연은 NASA 과학임무국(Science Mission Directorate, SMD)과 1대1 대응조직을 갖춰 임무헌장(Mission Charter)을 체결했으며, 이를 근거로 실무작업반(working group)을 운영합니다. NASA 천체물리본부(Astrophysics Division)는 천문연 천문우주그룹이, NASA 태양물리본부(Heliophysics Division)는 천문연 태양우주환경그룹이, NASA 행성과학본부(Planetary Division)는 우주탐사그룹이 1대1로 대응하며, 양측의 부서장이 의장 역할을 맡습니다. 천문연구원과 NASA의 부서장(실무작업반 의장)은 관료가 아닌, 과학자들입니다.

NASA 본부나 유럽우주국 ESA, 일본의 JAXA, 프랑스의 CNES의 예를 보더라도 한국처럼 관료가 우주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예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번에 바꾸는 것보다는, 단계적인 변화가 필요하겠지만, 한국이 설립할 전문기관은 장기적으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 직제로 운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해외 기관들과 대등한 협력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5. 과학연구

천문연구원은 천체물리, 태양물리, 행성과학 분야에서 NASA와 협력하는 부문별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NASA 본부는 이러한 한-NASA 협력사업이 모범적이며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르테미스와 같은 거대 프로그램은, NASA 과학임무국(SMD)과 우주기술임무국(STMD), 유인및운영임무국(HEOMD)이 공동으로 추진합니다. 우선, 대상 천체의 환경을 과학적으로 파악한 뒤, 무인임무를 통해 지식체계를 구체화하고, 사람이 직접 가서 집중 탐사해 정주 환경을 만드는, 단계적 탐사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사람이 달과 화성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려면 영화 ‘마션’의 마크 와트니처럼 미리 파악해야 할 일이 넘쳐납니다. 그래서 아르테미스 참여 국가는 기지 건설 이전에, 방사능이 시간과 지역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인체와 민감한 기기에 얼마나 해로운지, 수십 차례 로버와 착륙선 임무를 통해 하나하나 알아갑니다.

자기장은 방사선을 막아주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달의 자기장 분포를 지도로 만듭니다.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자연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뿐일까요? 달 먼지는 매캐한 화약 냄새가 나는데, 이게 어떻게 생겼는지, 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직 모릅니다.

또한 월면토로 기지를 짓는데 어떠한 배합으로 시멘트를 만들어야 할지, 농사에 쓰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할지, 한국의 달궤도선(KPLO)에 실릴 미국 과학장비도, 천문연구원이 참여하는 민간달착륙선 사업(CLPS)도 NASA 과학임무국이 책임을 맡고 있습니다. SMD는 전략과, 전략 달성에 필요한 지식수준과 현재 지식과의 격차, 곧 전략지식격차(SKG)에 일련번호를 붙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미래 탐험가들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서입니다.

NASA와 같은 해외 우주기관들은 기술을 사고팔거나 기술이전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STMD, HEOMD와 협력하기 위해서는 대등한 기술력을 갖춰야만 합니다. 하지만 과학은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NASA와의 협력 창구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과학자들에게 ‘과학’은 만국 공통의 언어이며, 협력을 통해 답을 찾고 비밀의 문을 열지만 ‘기술’은 전혀 성격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이 아르테미스 협력체와 게이트웨이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면 아마도 탐사과학(exploration science) 협력이 가장 빠른 길일 것입니다.

오늘은 우주분야의 이중기술과 우주 전담기관의 조직구성, 그리고 해외기관과의 과학협력의 장점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내일은 지금까지 보내드린 편지 내용을 요약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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