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재용 기자] 글로벌 금융사들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시장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이 금융투자업의 주요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투자사들도 역량 구축과 사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7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대형 글로벌 금융사의 가상자산 관련 사업 준비와 참여가 빨라지고 있다.
그간 이들은 불명확한 법적 지위와 과도한 가격변동성을 이유로 가상자산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가상자산은 '쓸모없다'면서 부정적 견해를 밝혀왔다. 그러던 JP모건이 최근에 들어서는 가상자산 관련 기술 투자와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적 가상자산인 JPM 코인을 발행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사가 가상자산 사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수요가 공급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요구가 늘어남에 따라 글로벌 금융사도 고객 유치·유지 차원에서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 제공이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3월 기관투자자 고객을 대상으로 가상자산 트레이딩 부서를 설립했으며, 이는 미국 대형은행 최초의 가상자산 전담 트레이딩 부서로 알려져 있다. 모건스탠리 또한 지난해 9월 가상자산 전담 연구조직을 신설했으며, 해당 조직은 우선적으로 가상자산이 전통적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계획이다.
앞서 JP모건의 경우 지난 2020년 10월 디지털자산 전담 사업부 Onyx를 신설했다. Onyx 사업부는 자사 스테이블코인인 JPM 코인의 발행·관리와 더불어 블록체인 관련 제품, 서비스의 연구개발을 위해 100명 이상의 인력을 배치했다.
가상자산·블록체인 관련 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가상자산·블록체인 시장 조사 기관 블록데이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은 각각 2억달러(2천545억원) 이상을 가상자산·블록체인 전문 핀테크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Coin Metrics', 'Blockdaemon' 등 7개 주요 핀테크에 투자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주요 핀테크 투자에는 비트코인 회사 'NYDIG', 블록체인 엔터프라이즈 기술서비스 제공사 'R3', 증권형토큰 보관전문사 'Securitize' 등이 포함된다. JP모건 또한 분산원장 전문사 'Axoni', 블록체인 분석과 자금세탁방지 솔루션 기업 'TRM Labs' 등 다방면의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금융사의 투자는 재무적 측면과 더불어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과 사업 역량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
가상자산 투자를 자산관리 사업에 접목하는 움직임도 확대되고 있다.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포트폴리오를 헤지(hedge)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글로벌 금융사가 제공하는 가상자산 투자는 기관투자자와 초부유층 고객으로 대상이 제한되어 있다. 이는 가상자산 투자에 수반되는 고위험과 더불어 높은 최소 투자한도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사 중에서는 모건스탠리가 처음으로 자산관리 사업에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모건스탠리는 개인투자자의 경우 최소 2백만달러, 기관투자자의 경우 최소 5백만달러의 자산을 6개월 이상 모건스탠리에 예치하고 있는 경우에 한해 가상자산 펀드에 투자를 허용한다.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변동성, 법적 지위에 대한 불확실성 등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사도 그간 취해왔던 보수적 입장을 선회해 가상자산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아직 글로벌 금융사가 제공하는 가상자산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는 높은 위험도를 감수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와 고액자산가가 대상이다. 또 규제적 제한으로 인해 제공할 수 있는 가상자산 상품도 한정돼 있다. 가상자산 펀드의 경우 아직은 가상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보다는 선물이나 가상자산 관련 기업으로 국한돼 있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가상자산 시장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대형 금융회가 아닌 핀테크 기업"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글로벌 금융사의 가상자산 사업 진출은 확대되고 시장에서의 입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의 경우에도 시장형성과 규제마련에 있어서 정도와 속도의 차이는 있으나,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금융투자업의 중요한 사업 영역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국내 금융투자사들도 가상자산에 대한 역량 구축과 사업 전략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기자(j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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