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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의 릴레이 편지 시위] ⑤ 우주시대 무엇을 '먹거리'로 삼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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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간 협업, 미래 우주시대 필수적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가 항공우주청을 둘러싸고 릴레이 편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매일 관련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사진=한국천문연구원]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사진=한국천문연구원]

◆다음은 문홍규 박사의 다섯 번째 편지

인수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어제는 화성탐사로 시작해 아르테미스 협약과 우주외교로 끝맺었습니다. 오늘은 우주시대 먹거리에 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지구 궤도에 떠 있는 가장 큰 인공 구조물입니다.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ISS는 러시아 구역(ROS)과 미국 구역(USOS)으로 구분하며, ROS에는 유도·항법·관제 시스템과 주 추진기관, 주 생명유지장치가 있습니다.

USOS는 미국 실험실과 일본의 키보 모듈, 유럽의 콜럼버스 모듈과 함께 면적이 2천500제곱미터에 달하는 태양전지판과 생명유지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ISS는 고도 400km에서 매일 약 16바퀴 지구를 공전합니다. 미국, 러시아 외에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영국과 벨기에, 덴마크, 스웨덴, 스페인, 노르웨이, 네덜란드 외에 스위스, 브라질, 캐나다를 포함한 선진 16개국이 ISS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미국은 한국에 ISS 우주관측 장비를 공동 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한국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습니다. 2001년 말 미국은 다시 한국에 실험 모듈의 건설을 제안했지만, 2억 달러의 비용이 없어 포기했습니다.

한국은 이후 입자 검출기 사업을 추진했지만, 무산됐습니다. 이렇듯 한국은 초기에 ISS에 참여하지 못해 현재 설계단계에 있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인 게이트웨이(Gateway)도 참여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게이트웨이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업 단위의 국가 우주정책 구조가 마치 중력처럼 해외 협력을 방해하는 모양새입니다.

1998년 ISS 건설을 시작한 이후 약 3천 회의 과학실험이 이곳에서 이뤄졌습니다. 우주과학과 지구과학, 물리 실험, 인체 연구, 기술 실험, 교육활동 외에 무려 1,200회 넘는 생물실험과 생명공학 실험이 이곳에서 시행되었습니다. ISS에서는 중력에 방해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답은 여기에 있습니다.

단백질은 중요한 치료제에 많이 쓰이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불순물들이 들어가기 쉽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은 형태가 일정치 않아 불안정하지만, 반면에 결정질로 된 단백질은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지상에서는 단백질 결정성장이 중력의 방해를 받는 데 비해서 ISS에서는 빠르게, 안정적으로 성장합니다. 이러한 원리 덕분에 순도 높은 약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위스에서 본격적으로 우주의학에 투자하는 상황은 한국도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봐야 합니다. 2016년부터 ISS에서는 상업 실험이 허용됐는데, 이때부터 ‘아스트라제네카’ 같은 굴지의 제약업체들이 우주 의학실험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무중력은 또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줍니다. 지구에서는 인공장기 3D 프린팅이 잘 안 되지만, 제로-G에서는 그 반대입니다. 그래서 해외 민간업체들은 ISS에 탑승해 인공장기 실험에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테크샷이라는 기업은 심장근육을 3D 프린팅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장기의 조직이 층층이 잘 쌓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보건복지부도 우주의학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훌륭한 시도이고 바람직하며, 적극적인 지지를 표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부처마다 개별적으로 우주사업을 계획해 실행하는 현실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일까요? 우주계획이 개별 사업단위가 아닌 거대 프로그램 단위로 계획하고 실행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여기에는 입법기관의 심의와 예산 배분이 뒤따라야 합니다.

그런가 하면 국내 한 업체는 컨테이너박스와 IoT, 2%의 물, LED를 이용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100배에 달하는 작물을 수확하는 농법을 개발, 중동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엔씽(N.Thing)이라는 이 업체는 이를 발전시켜 화성에 적용하고 싶다고 합니다. NASA가 화성 정착 시대의 농법으로 추진하는 방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동시에, 식용곤충 산업은 7년 안에 10배 이상 급성장하리라 예측됩니다. 메뚜기는 식물을 단백질로 변환시키는 효율이 돼지의 2배, 소의 5배에 해당해 미래에 대체식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가축을 사육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는데 기여하는 한편, 미래 동물 단백질 공급원이 될 것입니다. 지구 밖에서도 말입니다.

작년에 일본에서는 와규의 3D 프린팅에 성공했습니다. NASA도 달과 화성 정착 시대를 위해 영양과 맛, 마블링, 식감이 쇠고기, 돼지고기와 똑같은 육류를 3D로 프린팅하는 연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IoT 농법과 식용곤충, 육류 3D 프린팅은 이처럼 지구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미래 우주시대를 위한 산업이기도 합니다.

지난 2019년 NASA가 주관한 화성 주택 공모전에서는 화성 모사토에 셀룰로스 성분을 넣어 만든 건축재료로 3D 프린팅하는 방법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재래식 건축은 경제성이 낮은데다가 재활용이 힘든 콘크리트 같은 재질로 환경 문제를 일으킵니다. 그러나 흙과 식물성 재료를 쓰는 주택은 효율, 경제성, 환경 측면에서 현재 지구의 주거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유럽우주국은 최근 ISS에서 미생물이 지구에서보다 2배 이상 광물에 든 금속을 잘 분해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소행성처럼 저중력 상태에서 박테리아를 광물 채굴(bio-mining)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이렇듯 미소중력은 미래를 바꾸는 기술 분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위성과 발사체 제작으로 대표하는 하드웨어 기반의 우주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미래에 펼쳐지게 될 다양한 스펙트럼의 우주산업에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앞서 조사해본 것처럼, 제약과 우주 의생명(보건복지부), 우주식품(농수산식품부) 화성주택(건설교통부), 우주자원(산업자원부)과 같이, 가까운 화성 정착 시대에는 부처들 간의 협업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NASA’가 중앙 행정기관과 산학연이 한 지역에 있어야 하는 또 다른, 너무나도 명백한 이유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일은 ‘한국 NASA’와 범부처 협력 문제에 대해서 깊이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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