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 산업 경제
정치 사회 문화·생활
전국 글로벌 연예·스포츠
오피니언 포토·영상 기획&시리즈
스페셜&이벤트 포럼 리포트 아이뉴스TV

① ’망 무임승차’ 법제화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왜? [OTT온에어]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코리아 패싱’에 브레이크 없어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구글과 넷플릭스가 우리나라 ‘망 무임승차 방지법’ 추진에 사실상 반대에 해당하는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국회가 여야 합의를 통해 공청회를 개최하고 각각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나섰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김영식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가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김영식 과방위 국민의힘 간사가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김성진 기자]

지난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2소위)에서 이와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첫 논의가 진행됐다.

비록 개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으나 국회와 업계에서는 이전 대비 한발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소위에서 개정안이 보류되는 경우는 쟁점법안에 대한 여야의 주장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즉, 반대 의견이 강하거나 찬성 의견이 정연하지 못하면 그에 따라 보류되거나, 또는 더 이상 법안을 다루지 않아 계류 처리된 채 사라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하지만 ‘망 무임승차 방지법’의 경우 여야가 반대 의견없이 빠른 시일 내에 공청회를 개최하겠다는데 합의를 이뤘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공청회의 경우 공개된 장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절차로 그만큼 법안 개정 내용에 대해 신중히 하겠다는 의도다. 이는 궁극적으로 법안 통과를 목적으로 법안을 보다 꼼꼼히 다듬는 작업이기에 오히려 법 개정에 가속도가 붙은 형국이다.

국회 관계자는 “정당한 망 이용대가 지급이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경우에는 이를 부담해야 할 다른 일반 콘텐츠 제공사업자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의 망 투자 및 확충 유인이 감소해 정상적인 망 구축이나 운영에 어려울 수 있다는데 동의하는 분위기”라며, “여야가 개정안을 보다 세밀하게 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은만큼 공청회를 통해 보다 해당 내용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구글·넷플릭스 '자기 발등 찍기'

구글은 지난 20일 유튜브 한국 블로그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우리나라의 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커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한국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망 사용료 의무화법)이 입법화된다면 한국 크리에이터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고, 유튜브가 한국 크리에이터의 성공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저해할 수도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는 경우, 유튜브는 엄청난 비용을 추가적으로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용자에게, 그리고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 업체에 이중으로 요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넷플릭스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지난 19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개최한 ‘인터넷망 정책 전문가 팩트체칭 국제 세미나’를 통해 간접 경험이 가능했다. 이 자리에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대상으로 제기한 망 이용료 관련 채무부존재의 소 1심 변론 과정에서 넷플릭스측 전문가로 나선 이동만 KAIST 교수가 발표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날 빌 우드콕 패킷 클리어링 하우스 사무총장과 제프 휴스턴 에이피닉 최고과학책임자 등 주요 발표자들은 특정 사업자를 거론하며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로부터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행위는 일종의 범죄이며, 미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내 입법화에 대해 국회의원의 인식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 세미나와 입장문 발표는 국회를 자극하는 상황이 됐다. 당초 국회는 검수완박과 공영방송법 등으로 인해 여야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어 국회 상임위 파행이 예고돼왔다. 과방위 역시 파행 수순을 밟아 소위 개최도 묘연했다. 하지만 극적 합의를 이룬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소위를 개최해 쌓인 현안을 처리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다른 국회 관계자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조율이 가능하다면 입법화 상황까지 올 이유가 없다”라며, “이미 현 상황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한다면 그에 따른 조치가 취해져야 하고, 또 현 상황과 같은 압박이 계속된다고 하면 오히려 더 속도를 높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방한중인 가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공공정책 수석부사장이 3일 오전 국회 과방위원장실에서 이원욱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망 사용료 문제와 콘텐츠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지난해 11월 방한중인 가딘 가필드(Dean Garfield) 넷플릭스 공공정책 수석부사장이 3일 오전 국회 과방위원장실에서 이원욱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이날 면담에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망 사용료 문제와 콘텐츠 상생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사진=정소희 기자]

◆ 성실한 협상 원했는데…일 키운 곳은 따로 있다

일각에서는 망 무임승차와 관련한 구글과 넷플릭스의 행보에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초 망 무임승차 논란이 어떻게 해서 발생했는지를 곱씹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망 무임승차 논란은 페이스북의 망 우회로 인한 이용자 피해 여부를 다투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페이스북과 국내 인터넷제공사업자(ISP)와의 갈등이 사업자에서 정부로 다시 법원의 소송으로 제기되는 과정 속에서 넷플릭스 역시 국내 ISP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망 이용과 관련한 갈등이 사업자 사이에서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자 2019년 11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에 대한 갈등을 중재해달라며 방통위에 재정 신청에 나섰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전기통신사업자 상호간 발생한 전기통신사업 관련 분쟁 중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방통위에 재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방통위는 중립적 제3자 위치에서 당사자간 협상과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분쟁 해결에 노력할 것라며 분쟁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한 뒤 법률, 학계, 전기통신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심의 과정을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정 절차가 법적 효력을 가진 것은 아니기에 두 사업자가 협상에 성실하게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계약 당사자간 협상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행위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즉, 망 무임승차 논란의 본질은 사업자간 성실한 협상을 전제로 했다.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법제화 절차는 사실 사전 사후규제를 통해서 강제적으로 망사용료를 지불하게 한다는게 골자가 아니라 양쪽 모두가 기울어짐없이 수평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성실하게 앉아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하지만 자리를 박차고 나간 곳은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는 방통위 재정 도중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료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이를 확인해달라는 ‘채무부존재의 소’를 법원에 제기했다. 법상 재정 도중 소를 제기할 경우 재정 과정은 중단된다. 즉, 행정적 중재가 아닌 사법적 판단을 받겠다고 우회한 셈이다.

이같은 넷플릭스의 소송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정책적 해석이 뒷받침되는 행정력에 대한 불신과 페이스북의 법원 승소에 따른 반사효과, 향후 ISP와의 협상력 강화 차원에서의 전략적 행보라 분석했다. 소송과 함께 협의를 통한 타결을 동시에 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성실한 협상 촉구’라는 사업자간 갈등이 정부의 중재를 무시하고 법원까지 닿자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2020년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장에 넷플릭스가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국감에서도 넷플릭스는 국내 ISP가 원하는 망이용료를 전세계 어디에서도 내고 있지 않으며 재정과 관련해서는 사법적 판단을 빨리 받고자 했다며 완고한 주장을 이어갔다.

국감에서도 갈등 상황이 봉합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자 국회가 바삐 움직였다. 우선적으로 쟁점화된 내용을 제외하고 최소한의 규제 대책으로 ‘망 안정성 의무’ 부과를 밀고 나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넷플릭스 법률대래인 등이 국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소속 의원실을 찾아 반대 뜻을 전달하기도 했다. 대형 로펌인 김앤장과 태평양, 율촌 등이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 행사에 참석한 딘 가필드 부사장. [사진=송혜리 ]
지난해 11월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 행사에 참석한 딘 가필드 부사장. [사진=송혜리 ]

◆ 법으로도 막기 힘들다…무소불위 글로벌 공룡

결과적으로 망 안정성 의무 법안이 통과돼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구글과 페이스북 역시 망 안정성 의무를 부과받았다.

하지만 개정법에 따른 시행령이 나온 뒤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구글의 경우 2020년 12월 14일 약 1시간 가량 유튜브와 G메일, 플레이스토어, 드라이브, 문서 도구, 지도 등의 서비스 로그인이 먹통되는 장애가 발생했다. 이틀 뒤에도 동일한 오류가 재발생되기도 했다.

사고 발생 이후 구글은 유튜브 공식 트위터에 영어 공지만 올렸을 뿐, 별도 한국어 안내가 없었다. 이용자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이나 후속대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실태조사 결과 구글은 먹통 사태가 일어나기 45일 전 사용자 인증 시스템 유지보수 작업 중 저장공간을 할당하지 않은 상태로 작업을 완료하면서 발생한 사건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이후 구글은 지난해 4월 26일과 5월 16일 서비스 품질 개선 작업 중 일부 접속 장애가 발생해 유튜브가 먹통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구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도 지난해 약 6시간 동안 접속 장애가 발생했으나 이용자 피해보상 규정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같은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의 국내 대응에 대해 국내 업계가 분통을 터뜨렸다. 국내서 먹통 사태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사과문 공지와 적극적 자진 시정조치에 나서는게 대다수였다. 다만, 구글의 경우 정부의 시정조치 방안이 발표되자 그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고 별다른 보상과 후속대책을 풀어놓지 않았다. 해당 상황 자체가 역차별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식석상에서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는 너나 할 것 없이 각 국가의 법을 존중하고 그에 따라 활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지난해 11월 4일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은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망 무임승차 방지법’ 관련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앞서 법원으로부터 채무부존재의 소 1심서 패소한 넷플릭스는 이에 불복해 항소에 나선 상태였다. 사법부의 판결을 불복하고 국회 입법 추진에 대해 다소 모호한 발언을 이어가면서 오히려 의원들의 공분만 샀다.

정부 행정 절차와 사법부의 판결, 국회에서도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등 전반적인 ‘코리아 패싱’이 계속해서 반복되자 오히려 입법화에 속도가 붙었다.

현재까지 발의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망 이용대가 지불을 강제하거나 지불하지 않았을 시에 규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전혜숙, 김상희, 이원욱 의원(이하 더불어민주당), 김영식, 박성중 의원(국민의힘), 양정숙 의원(무소속) 등 여야가 모두 발의에 나섰다.

김영식 의원(과방위 국민의힘 간사)은 “넷플릭스가 자사 수익을 추구하면서 매출액의 대부분은 해외로 이전하고, 인터넷 트래픽을 대량 유발하면서도 정당한 대가 지불은 거부하는 행위는 결국 국내 인터넷망 발전의 한계를 초래하고 일반 이용자에게 요금 인상 등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질타하며, “글로벌 CP의 망 이용대가 회피 문제에 대한 국회 여야의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고 다수 법안이 발의되어있는 만큼 합리적인 제도 도입을 통해 ICT 시장의 불평등과 국내외 역차별을 조속히 개선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넷플릭스는 국회 과방위 방문을 요청했으나 무산됐다. 2소위가 열리기 6일 전인 지난 15일 만남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예민한 시점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부담에 이를 전격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기 기자(moon@i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① ’망 무임승차’ 법제화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왜? [OTT온에어]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TIMEL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