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개발을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ETF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상품 차별화로 승부를 봐야 하는데, 국내형 ETF는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다.
특히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증가와 퇴직연금을 ETF에 직접 투자하는 경향도 운용사들이 해외형 ETF 상품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지목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ETF에 투자된 총 금액을 의미하는 순자산총액은 74조7천8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9년 같은 기간(43조4천849억원) 대비 71.97% 증가했다.
특히 해외형 ETF의 순자산총액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지난 20일 기준 국내형 ETF의 순자산총액은 39조9천140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53조316억원)보다 32.8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형 ETF의 경우 3조5천709억원에서 21조7천510억원으로 무려 510%가량 급증했다.
올해 출시된 ETF를 살펴봐도 대부분이 국내 상장 해외형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신규 상장한 ETF는 총 22개로 집계됐다. 이 중 국내 상장 해외형 ETF가 16개로 73%나 차지했다.
자산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형 ETF 상품은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많이 출시돼서 현재는 포화 상태로 보여진다"며 "정책적으로 테마화한다면 나올만한 상품이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시장에서 나올 수 있는 테마는 다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해외형 ETF 상품의 신규 상장을 앞두고 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오는 26일 'KOSEF 미국ETF산업STOXX ETF'를 코스피에 신규 상장한다. 이 ETF는 미국 ETF산업 성장으로 직·간접적 수혜를 보는 ETF 운용사·사업자·거래소 등에 투자한다.
한화자산운용도 'ARIRANG 미국대체투자TOP10MV ETF'를 내달 상장할 예정이다. 이 ETF는 미국에 상장된 금융투자회사 중 대체투자에 특화된 상위 10개 종목에 투자한다.
이처럼 자산운용사들이 해외형 ETF에 집중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아진 관심과 연금계좌를 활용한 ETF 투자 경향 등이 꼽힌다. 연금계좌를 통해 ETF에 투자하면 다양한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올해 1분기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1천16억8천만달러로 집계되면서 분기 기준 보관금액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업계 또다른 관계자는 "해외형 ETF가 많이 출시되고 있는 직접적인 이유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지형이 변화한 측면 때문"이라며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국내 중심의 투자 편향을 보였는데, 해외 주식시장의 성과가 국내보다 좋았고, 세계 주식시장의 비중도 워낙 크다 보니 해외 주식을 포트폴리오에 반영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반 계좌로 해외형 ETF에 투자하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퇴직연금으로 투자하게 되면 이 부분을 유보 받게 되는 장점도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고, 이에 맞춰 운용사들도 해외형 ETF 상품을 출시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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