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히려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탈(脫)원전 백지화'를 앞세우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으로 차세대 원자력발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GS에너지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미국 뉴스케일사의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에너빌리티]](https://image.inews24.com/v1/5c31eac496cf03.jpg)
1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MR 사업 진출을 위해 차세대 원전 기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대상과 규모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미국의 벤처기업 테라파워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라파워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3천500만 달러를 출자해 2006년 설립했고, 현재 의장으로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 테라파워는 2024년부터 1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 소도시 캐머러에 SMR을 짓는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시킨 원전이다. 용량이 기존 대형원전 대비 10분의 1 수준이며 안전성과 활용성을 대폭 높인 것이 특징으로, 차세대 대표 원전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로 꼽히며 미국 외에도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주요국에서 개발에 착수했다.
SK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넷제로(탄소중립) 기여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SMR 기업에 대한 투자도 검토 대상 중 하나"라고 밝혔다.
국내 원전 산업의 대표기업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도 신성장 분야 중 하나로 SMR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2019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약 1억400만달러(약 1천275억원)을 투자하며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뉴스케일파워로부터 SMR 기자재 우선 공급권을 확보한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SMR 파운드리(생산전문설비)를 구축해 연평균 8천억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30년 완공 예정인 뉴스케일파워 SMR의 원자로 설계·엔지니어링과 조립·생산도 맡았다. 삼성물산과 GS에너지도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뉴스케일파워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해양플랜트 제작 기술을 보유한 삼성중공업은 해상 SMR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용융염원자로(MSR)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Seaborg)사와 소형용융염원자로(C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 제품 개발에 나섰다.
CMSR은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으면서 높은 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이다. 일반 대형 원자로에 비해 크기가 작아 활용 분야가 다양하고, 원자로 내부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액체용융염(핵연료와 냉각재)이 굳도록 설계돼 높은 안정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GS에너지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미국 뉴스케일사의 소형모듈원전(SMR) 플랜트 가상 조감도. [사진=두산에너빌리티]](https://image.inews24.com/v1/5367c638e2e63b.jpg)
윤석열 정부는 출범을 앞두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거세게 비판하며 관련 정책 폐기를 앞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새 정부 체제에서 국내 대기업들의 차세대 원전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 기후에너지팀은 관련 부처 업무보고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문재인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을 비판했다. 현재대로 추진하면 전기요금이 크게 오르고 연평균 국내총생산(GDP)도 줄어들 수 있다며 대대적인 정책 수정을 예고했다.
특히 인수위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오히려 탄소중립 정책의 실패로 이어졌다며 사실상 탈원전 정책의 폐기를 선언했다.
인수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4.1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원전은 감소한 반면 석탄발전이 소폭 증가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16% 급증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문 정부가 추진해온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계속해 봐야 석탄 발전을 LNG로 대체하는 효과밖에 없어 온실가스 배출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인수위 시각이다.
인수위는 탄소중립이라는 국가 목표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탈원전에서 벗어난 에너지 정책을 다시 만든다는 계획이다.
우선 원전 비중을 늘리는 에너지믹스(전원별 구성 비율)를 다시 만들고 전력 시스템 혁신 방안을 마련한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도 원전을 포함하기로 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원전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소형모듈원전(SMR)을 비롯한 기술 연구개발(R&D)을 돕고, 탄소배출권 시장 등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인수위는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비용과 부담 주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산업계를 비롯해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탄소중립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동참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지만,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와 민생 압박을 상쇄하기 위해서 정책 조합(policy mix)은 대대적으로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잠정 결론"이라고 밝혔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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