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비트코인 채굴이 가속화되면서 희소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채굴업체는 대외적 이슈로 채굴에 차질을 빚으며 울상을 짓고 있다.
세계 2위 채굴국인 카자흐스탄에서 전력 공급 중단이 이어지면서 채굴에 난항을 겪는 데다, 미국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문제로 퇴출을 논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채산성에 따라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 세계 2위 채굴국 카자흐스탄 1월부터 계속 전기 '중단'
5일 가상자산(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가상자산 채굴업체 'SBI크립토'가 지난 1일 1천900만번째 비트코인 발행에 성공해 약 90%가까이 채굴이 완료됐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경제 상황에 따라 화폐를 추가 발행하는 것과 달리, 발행량이 한정돼 있어 희소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가상자산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90%에 달하는 비트코인이 이미 발행된 만큼, 추가로 생산되는 비트코인의 양이 줄어들어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채굴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세계 2위 채굴국인 카자흐스탄의 전력 불안정으로 인해 채굴 중단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카자흐스탄 국영 송전망공사(KEGOC)는 이번달 1일부터 제공하기로 한 비트코인 채굴업체에 대한 전기 공급을 이달 15일까지 중단 연장한다고 밝혔다.
앞서 카자흐스탄 송전망공사는 지난달 1월말 러시아와 전력망 설비 문제로 인해 전력 부족 사태가 나타나면서 비트코인 채굴용 전기 공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카자흐스탄의 전력망은 러시아와 접한 북쪽에서부터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모두 연결돼 있는데, 우즈베키스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카자흐스탄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후 상황이 나아지는 듯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전력 수급이 추가로 불안정해지면서, 채굴 업체에 대한 전력공급이 미뤄지는 실정이다.
캠브리지 대체금융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전체 전기 발전 용량의 8%를 가상화폐 채굴업자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허가를 받고 등록된 '백색 채굴업자'는 600메가와트, 미등록 불법 채굴업자는 1.2기가와트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이후 현재까지 카자흐스탄에서는 6개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전력 공급난이 장기화되면 채굴업체들의 이탈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중국계 대형 채굴업체인 비트마이닝(Bit Mining)은 이미 카자흐스탄 내 사업 확장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자흐스탄에서 채굴업을 하는 한국업체 대표 A씨는 "카자흐스탄이 러시아로부터 값싸게 전기를 공급받고 있었는데, 러시아 측에서 공급받은 전기 사용료를 돈이 아니라 다시 전기에너지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면서 "이 때문에 카자흐스탄 입장에서는 전력 부족이 지속되면서 산업과 주거 등 기간산업을 제외하고는 전기 공급을 중단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정부는 이번 기회에 낙후된 전력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전기 공급이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버텼지만 3개월 넘도록 (전기) 공급이 안되니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가상자산 채굴 산업에 대한 세계 각국의 규제도 강화될 전망이다.
EU 경제통화위원회는 지난 3월 가상자산 규제안 'MiCA(Market in Crypto-Assets)'을 마련하면서 비트코인 채굴방식인 작업증명(PoW)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하는 조항 포함 여부를 검토했다. PoW가 대량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시스템인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은 방식이라는 점 때문에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지난 22일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해 PoW 가상자산 채굴을 2년간 퇴출하는 법안이 상원에 발의됐다. 뉴욕주 상·하원 투표와 주지사 서명 절차를 거친다면 채굴 금지가 시행될 수 있다.
◆채산성 줄면 자연스럽게 조정…"친환경 전기로 ESG 대응"
전문가들은 채굴 시장은 비트코인의 채산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되기 때문에, 전력 문제나 규제 등 외부 요인이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 지적한다.
박성준 앤드어스체인 대표는 "채굴업체가 채굴한 비용대비 기대수익이 원하는 만큼 안된다면 채굴안하게 되고, 이렇게 되면 채굴업체의 숫자가 줄어들어 다시 자연스럽게 채산성이 높아진다"면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채굴에 대한 기대수익이 적절하게 맞춰지기 때문에 외부 요인들이 반영된 이후 자정작용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ESG 문제로 인해 채굴이 어렵다면, 기존 상업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발전과 연계한 채굴사업이나, 원자력 발전을 통한 전기를 쓰는 식으로 채굴업체들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중 한국핀테크학회장은 "비트코인의 경우 채굴기가 에이식(ASIC) 방식인데, 비트코인 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캐시, 비트코인 다이아몬드 등 유사한 가상자산도 함께 채굴할 수 있다"면서 "만일 비트코인의 채산성이 맞지 않으면 채굴자들은 유사 알트코인을 채굴하면서 자연스럽게 채굴자 숫자가 줄어들고, 다시 채산성이 맞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환 기자(kimth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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