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불어온 디지털바람…일반 행원 줄고 IT전문가 채웠다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은행권의 채용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은행원'이라 불라던 지점 일반 행원 채용은 줄이고 전산·기술(IT) 분야를 중심으로 인력을 늘리고 있다. 디지털 거래 비중이 늘며 지점의 역할이 감소했고 이에 따라 일반 행원도 설 자리를 잃어가기 때문이다.

5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은행은 지난해 1천478명의 정규직 신규채용을 진행했다. 전년도(1천180명) 대비 20.16% 확대한 수준이다.

은행별로 국민은행이 전년 대비 30.1%(81명) 늘렸고 뒤를 이어 ▲신한은행 18.50%(64명) ▲NH농협은행 6.38%(30명) 늘렸다. 전체 채용 인원수로는 NH농협은행이 470명으로 앞섰다.

반면 우리은행은 전년 대비 60.46%(185명) 줄였고 하나은행도 8.42%(8명) 줄였다. 인력수급에 따라 줄었다는 입장이다.

은행이 신규 채용을 늘리고 있지만 IT직군에 한정해서다. 온라인 거래 비중이 늘면서 지점이 줄었고, 지점이 줄면서 행원의 역할도 줄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상반기 공개채용에서 IT전문가 200명을 집중 채용하고, 일반직(기업·WM) 등은 선발하지 않는다. 하반기 일반 행원을 모집한다는 계획이나, 자세한 채용일정 등은 미정이다. 우리은행도 상반기 IT직군만 세자릿수를 채용하고, IT능력을 우대한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말부터 서버개발·금융 IT·모바일 등 8개 부문에서 경력 개발자를 수시 채용하고 있다. 온라인 금융거래는 가파르게 느는 반면 대면 거래 비중은 감소하는 까닭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은행의 인터넷뱅킹 등 온라인거래를 통한 입출금, 자금이체서비스 이용비중은 74.7%에 달한다. 반면 창구 이용률은 5.8%, CD·ATM기 이용률은 3.5%에 그쳤다.

인터넷뱅킹을 통해 자금이체 및 대출신청서비스를 이용한 건수 및 금액도 1천732만건, 70조6천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8%, 19.6% 증가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지난해 국내은행 점포는 311개가 없어졌다. 2018년 23개가 줄었지만 2019년에는 57개 줄고 2020년에는 304개가 줄었다. 반대로 지난해 신설 점포는 20개에 그쳤다.

은행권에선 디지털 전환에 따른 채용 패러다임 변화는 막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점이 줄고 디지털거래가 늘면서 행원의 역할이 감소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라며 "이에 은행에서도 이에 맞게 디지털 대응을 늘리고 점포 운영 방안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에 따른 구조적 변화를 겪는 만큼 은행들에 점포 운영방안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들은 임직원 수가 줄고 해외진출을 늘리는 등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다"면서 "하지만 현재의 경영환경이 지속될 경우 은행 경영지표 악화는 물론 기존은행 존립에도 어려워 질 수 있는 만큼 조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디지털금융 조직 분리를 통해 전통적 은행의 경영방식이 아닌 빅테크와 핀테크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추진하고, 기존인력을 대상으로 디지털금융 재교육, 은행권 협의를 통한 공동점포 운영 등 오프라인 점포 조정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프라인 점포의 디지털화를 확대해야 한단 목소리도 있다.

양정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비대면 채널에 집중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이원화가 심화됐다"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오프라인 점포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며, 점포를 디지털화시키기 위해서는 디지털 기기 도입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