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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최장 회동', 화기애애했지만 현안 합의 없었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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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靑 상춘재서 역대 최장 만남…와인 곁들인 만찬

가장 늦었지만 역대 최장 '2시간 51분'간 대화

"화기애애"…추경·MB사면·임기말 인사 구체적 논의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03.28.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3시간 가까이 만찬 회동을 했다. 지난 3·9 대선 이후 19일 만이자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만남 중 가장 늦은 기록이었지만, 만남 시간은 역대 회동 가운데 가장 길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이날 오후 5시 59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나 오후 8시 50분까지 총 2시간 51분간 회동했다고 밝혔다.

첨예한 신경전을 벌이던 양측이 "의제 없이 만나 허심탄회하게 대화하자"며 전격 합의한 회동인 만큼 국정 현안 전반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3시간여 동안의 대화는 시종일관 서로를 존중하는 가운데 이어졌다고 한다. 대체로 "화기애애"했다는 게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의 전언이지만, 이는 가벼운 소재로 덕담을 주고 받으며 민감한 현안은 우회로만 거론한 영향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내내 용산 집무실 이전, 공공기관 인사권 등을 놓고 양측의 신경전이 팽팽했고, 회동의 걸림돌로도 여겨진 이러한 문제들이 대화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지만, 실제 이날 회동에선 실무 차원의 논의를 열어두는 선에서 결론난 의제가 대부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만찬 회동을 위해 청와대 상춘재로 향하고 있다. 2022.03.28. [사진=청와대]

◆文 "집무실 이전 지역 판단은 차기 정부 몫"

비공개 회동 분위기에 대해 장 실장은 만찬 종료 후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의례적인 축하가 아니라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며 "정당 간 경쟁을 할 수는 있어도 대통령 간 성공 기원은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감사하다고 화답하면서 "국정은 축적의 산물이다. 잘 된 정책을 계승하고 미진한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회동의 최대 걸림돌로 꼽혔던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와 관련해선 문 대통령이 예산 등 협조 의사를 밝혔다.

장 실장은 "자연스럽게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얘기가 나왔다"고 분위기를 전하면서, 문 대통령이 "집무실 이전 지역에 대한 판단은 차기 정부 몫이라 생각하고, 지금 정부는 정확한 이전 계획에 따른 예산을 면밀히 살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윤 당선인이 최우선적으로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추경) 편성을 놓고는 구체적인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고 한다. 양측은 다만 실무적으로 계속 논의하자는 선에서 추경 논의를 마무리했다. 향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비서실장이 실무 라인에서 협의는 계속 해나갈 예정이다. 장 실장은 "손실보상의 예산 규모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고 인수위와 청와대가 할 수 있는 한 실무적 협의를 하자는 말씀을 나눴다"고 말했다.

회동의 뇌관으로 부상했던 감사원 감사위원 임명 문제나 한국은행 총재 인선에 대한 구체적 논의도 없었다. 임기 말 인사에 대한 논의 역시 이 수석과 장 실장이 실무적으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관심을 모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 역시 양측 모두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심화한 한반도 안보 위기를 두고는 인수인계 과정에서 한치의 누수가 없도록 서로 최선을 다해 협의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헤어지면서 윤 당선인에게 넥타이를 선물하며 "꼭 성공하시기를 빈다. 제가 도울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건강하시기를 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 회동에 앞서 대화를 나눈 뒤 안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2.03.28. [사진=뉴시스]

◆靑 떠나겠다는 尹에 내부 소개한 文…비빔밥에 와인

이날 문 대통령은 오후 5시 58분쯤 여민1관 앞에 먼저 도착해 윤 당선인을 기다렸다.

약 1분 뒤 윤 당선인이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자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감색 정장에 청색 사선 스트라이프 넥타이, 윤 당선인은 짙은 감색 정장에 핑크색 무늬 없는 넥타이 차림이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에 앞장서 녹지원을 가로질러 걸어 들어왔고 한걸음 뒤에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뒤따랐다.

문 대통령은 만찬장으로 이동하면서 청와대 내부를 윤 당선인에게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상춘재 오른편을 가리키며 "저기 매화꽃이 폈다"고 하자 윤 당선인은 "네 정말 아름답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한자로 써진 상춘재 현판을 가리키며 문 대통령이 "항상 봄과 같이 아마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라고 하자, 윤 당선인은 "아유, 정말 저게 지금 무슨 꽃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산수유"라고 답했다. 그 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이런 전통 한옥 건물이 없기 때문에 여러모로 상징적인 건물이다. 좋은 마당도 어우러져 있어서 여러 행사에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취임 후 청와대에 한발도 들이지 않고 용산 새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하겠다는 윤 당선인에게 상춘재의 의미와 유용성을 강조한 것이다. 윤 당선인은 "네"라고 짧게 답했다.

만찬 메뉴는 비빔밥을 포함한 한정식이었고, 주류는 레드와인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만찬 메뉴는 계절 해산물 냉채(주꾸미, 새조개, 전복), 해송 잣죽, 한우갈비와 더운채소, 금태구이와 생절이, 진지, 봄나물비빔밥, 모시조개 섬초 된장국, 과일, 수정과, 배추김치, 오이소박이, 탕평채, 더덕구이, 주류로 레드와인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이 상춘재에서 나온 시간은 오후 8시 48분으로, 두 사람이 만나 회동을 종료한 시간을 기준으로는 오후 5시 59분부터 오후 8시 50분까지 2시간 51분간 회동한 것이다. 추가 회동 일정은 잡지 않았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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