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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이용경 KT 사장의 '협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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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종량제'에 대한 네티즌의 반발이 거세다. 그러자, 이용경 KT 사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KT의 입장을 토로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면, 실망스러운 글이다.

글 첫머리에서 분명히 밝혔듯, 이 사장은 "(전면적이 아니면 일부라도) 종량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뜻은 이미 몇몇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그래서 네티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장이 굳이 블로그에 인터넷 종량제와 관련해 다시 글을 올려야만 했다면, 네티즌의 불만을 이해하고, 진지하게 설득하는 자세를 취하는 게 옳다. 블로그라는 공간이 거의 무제한적인 글 쓰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시간이 남아서 이 사장이 글을 쓴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불만이 가득한 네티즌을 설득하려는 목적으로 이 글을 썼을 것이다. 이 사장 스스로 "많은 네티즌의 반대가 있는 줄 잘 알고 있습니다"라며 글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이 글은 '설득적'이라기보다 '협박적'이다. "(종량제로 전환하지 않고) 이대로 가면 얼마 안가서 우리나라 인터넷이 올 스톱하게 됩니다"는 표현이 특히 그렇다.

'얼마 안가서'라는 기간이 얼마만큼의 물리적 시간을 이야기하는 지 모르겠으나, 이미 인터넷 없이 살 수 없게된 일반인한테는 협박에 가깝다. 물론 제시된 근거는 별로 없다. 굳이 그 근거라고 해줄 수 있는 부분은 "수입은 늘어나지 않는데 인터넷 트래픽 량은 매해 두 배씩 늘어나고 있습니다"라는 표현 정도이다. 하지만 이 것만으로 인터넷이 올스톱하게 되는 근거로 말하기에는 논리적 비약이 심해 보인다.

그래서 이 글이 다소 협박처럼 보이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 '인터넷 쓰기 싫으면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확대 해석해볼 수 있는 것.

여하튼 이 사장 논리는 이 상태론 투자할 돈이 없으니 종량제 방식으로 요금총량을 올려 재투자할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억측이 아니다. 이 사장 스스로 "현재의 정액제를 유지하려면 요금수준을 올려야 현재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종량제=요금총액증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용자 전체로 봤을 때 요금을 더 내야한다는 뜻이다. 사실 네티즌은 KT의 이러한 의도를 이미 간파했다. 그래서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장이 겉으로 내세우는 종량제 논리는 조금 다르다.

이 사장은 "쓰는 만큼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 아닐까요?"라고 묻는다.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으로 볼 때 이는 매우 합리적인 말이다. 그러나 왠지 설득력이 없다. 대다수 네티즌이 간파한 대로 속셈과 내세우는 주장 사이에 뭔가 차이가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건은 '쓰는 만큼 요금을 내자'는 논리가 갖는 부당성이다.

이 논리는 얼핏 들으면 매우 합리적이다. 하지만 부당한 측면을 숨기고 있다. '쓰는 만큼'이라는 표현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상대적 관점이고, 하나는 객관적인 관점이다. 더 많이 쓴 사람이 더 많이 내야 한다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이 논리는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 논리에는 '쓰는' 단위와 단위당 가격에 대한 논의, 즉 객관적 관점이 은폐돼 있다. 그래서 이 논리는 겉으로 보기에 합리적이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보다 KT한테만 유리한 '이현령비현령'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런 징후는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지난 21일 한 신문은 종량제 요금범위가 '3만원~6만원' 사이에 결정될 것으로 보도했다. KT가 그렇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특히 여러 안이 검토되고 있는데, 이 안이 가장 유력할 것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가 봐야 알겠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쓰는 만큼 요금을 내자'는 논리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 모든 사용자는 자신이 얼마만큼 쓰는 지, '쓰는 만큼'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 적어도 현재와 같은 요금을 내거나 더 많은 요금을 내야만 한다. 결과적으로 '쓰는 만큼'이 아니라 '부르는 만큼' 낸다고 보는 게 더 맞겠다.

현재 초고속인터넷의 일반적인 정액제 요금 3만원에 대해서는 '쓰는 만큼'인지, '부른 만큼'인지 어떠한 객관적 자료도 제시하지 않은 채, 그것을 기준으로 '더 쓴 사람'은 더 받겠다니 네티즌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또 어느 정도 써야 '더 쓴 사람'이 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은 명확한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다. 현재 대부분의 네티즌은 종량제가 되면 자신이 '더 쓴 사람' 축에 낄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다.

네티즌이 궁금해하고 불만에 가득한 것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장은 밤 11시에 밤잠을 설쳐가며 네티즌을 상대로 자신의 블로그 글을 올리면서도 이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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