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국제사회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강력한 금융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가 이를 반격하기 위해 석유, 가스 등을 공급하지 않으면 석유·화학, 전자 업계 등이 사용하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로선 받아야 할 돈은 받지도 못하고 생산까지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셈이다.
28일 한국무역협회가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기업들의 주요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금결제 문제가 52.4%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고 물류(33.3%), 정보제공(14.3%) 순이었다.
이는 러시아가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차단된 영향을 반영하기 전이어서 스위프트 배제에 따른 우리기업의 거래대금 결제 차질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프트는 전 세계 은행 간 송금이 가능한 결제망으로 국내 기업이 러시아와 수출입 대금을 주고받을 때 주로 사용한다. 스위프트가 막히면 국내 기업들이 대금을 받는 데 차질이 생기게 된다.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150여개사에 달한다. 대기업은 글로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거래를 해 큰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지만 현지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중소·중견 기업은 직격타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러시아는 그동안 자국을 스위프트에서 배제하면 석유, 가스, 금속 수출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면 원유, 반도체 원자재 값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를테면 미국 기업들은 센서와 메모리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팔라듐의 35%를 러시아에서 수급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러시아 팔라듐 수입 비중은 3.4%에 그치지만 수급난이 벌어지면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공급선 다변화 등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이날 열린 유럽연합(EU) 대사단 초청 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해외 원재료와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반도체·가전·석유화학 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우리 기업들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EU 대사단과 기업 간의 소통 창구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스위프트 배제 대상 등 관련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금융기관 리스크 점검을 강화하겠다"며 "단기금융시장·외환자금시장 유동성 상황, 금융기관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시 금융기관 핫라인을 통해 적기에 신속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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