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23일 저온에서 폐PET를 완전분해할 수 있는 해중합(解重合) 기술을 리뉴시스템(대표 이종용)에 이전하는 협약식을 개최했다.
해중합은 고분자 중합체인 플라스틱 제품을 다시 분해해 원래의 단량체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기계적·물리적 방법이 아닌 화학적 방법으로 분해해 플라스틱을 합성 이전 원료로 완벽하게 되돌릴 수 있어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위한 핵심원천기술로 주목된다.
화학연 조정모 박사 연구팀은 해중합 기술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에너지 사용량과 경제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저온 해중합' 기술과, 이를 연계해 적은 양의 에너지만으로 다양한 고수율·고순도·고부가 단량체를 제조할 수 있는 플랫폼 생산 기술을 개발했다.(관련논문 : Low-energy catalytic methanolysis of polyethyleneterephthalate. 영국왕립화학회(RSC) ‘Green Chemistry’ 2021년 1월호)
현재 주로 사용되고 있는 폐PET 재활용 기술은 기존 플라스틱의 화학 구조를 유지한 채 오염된 플라스틱을 분류·파쇄·세척하는 과정을 거쳐 물리적으로 재가공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재활용된 플라스틱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지고 재활용할 수 있는 횟수도 제한적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해중합 기술은 기존 플라스틱 제품과 동등한 품질을 가지면서도, 소재 합성 이전의 원재료로 완전히 되돌려 무한 반복 재활용이 가능하다. 다만, 고온(200도 이상), 고압(10기압 이상)에서 수행되는 해중합 반응 특성과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많은 에너지가 요구되는 공정의 특성상 채산성이 낮아 상용화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화학연 연구팀은 폐플라스틱 중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폐PET병이나 폐폴리에스터 섬유를 상온(10–35℃의 범위)에서 매우 적은 양의 에너지만으로도 완전히 분해하여 재원료화 함으로써, 기존 석유 유래 제품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는 '메탄올리시스 반응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반응물로 메탄올을 사용해 고분자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결합을 분해한다. 상온에서 높은 반응성을 나타내는 저가 촉매를 반응에 적용하고 부반응을 제어할 수 있는 공정기술을 도입해 고부가 단량체인 디메틸테레프탈레이트(DMT, dimethyl terephthalate)를 고수율·고순도로 제조할 수 있다.
또한, 제조된 DMT를 반응중간체로 사용해 100℃ 이하의 저온에서 다양한 고부가 재생 단량체를 제조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개발했다. 최소한의 공정변수 조절과 투입원료의 변경만으로 동일한 공정에서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화학연과 리뉴시스템은 이번 계약에 따라 PET 기준 연간 1만톤을 처리할 수 있는 파일럿 규모의 연속 실증설비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리뉴시스템은 연내 공정 최적화를 마무리하고 2023년에는 안정적인 생산설비의 개념 완성과 함께 본격적인 사업화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폐플라스틱의 환경오염 문제를 완화하고,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기존 석유화학제품 원료를 폐자원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국내 플라스틱 화학산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와 세계시장 진출 또한 가능한 해중합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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