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태환 기자] 빗썸과 코인원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원화거래에 꼭 필요한 은행 실명확인계좌와 관련해 NH농협은행과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트래블룰 적용 의무화와 더불어 올해 초 입출금 방식 화이트리스트 전환 등 요구사항을 충실히 이행해 재계약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 3월24일 계약 만료…"트래블룰·화이트리스트 요구 이행"
21일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의 빗썸·코인원과 실명계좌 제공 계약은 오는 3월24일 만료된다.
앞서 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하 특금법)에 따라 3월25일부터 '트래블룰'이 시행되는 것에 발맞춰 거래소들에게 관련 시스템 구축을 요구했다. 당시 농협은행은 두 거래소에 트래블룰 시스템을 구축하기 전까지는 코인 입출금을 중단해달라 요청하면서 실명확인계좌 제공계약이 난항을 겪기도 했다.
트래블룰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 사업자에게 부과한 규제다. 트래블룰에 따르면 암호화폐 사업자는 암호화폐를 보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 양쪽 정보를 모두 수집해야 한다.
이에 빗썸과 코인원은 트래블룰에 대응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합작법인을 만들고 관련 솔루션인 '코드'를 출시하는 등 트래블룰 시스템 적용을 추진 중에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농협은행과 빗썸, 코인원의 실명계좌 재계약이 성사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농협의 요구안을 두 거래소가 충실히 이행해왔기에 별다른 계약 해지 사유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올해 1월 농협은행은 고객확인인증(KYC) 시행에 따라 외부지갑 등록 절차(화이트리스트) 적용을 거래소들에게 요구했다. 기존에는 가상자산을 거래할 때 개인지갑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화이트리스트가 적용된 이후에는 이용할 수 없고 주소를 등록한 지갑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내부 회원 간 전송시에도 주소를 반드시 등록해야 하며, 빗썸과 코인원이 제공하는 리스트 있는 거래소에만 주소를 등록할 수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과 달리 시중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에 민감하기 때문에 철저히 검증하고 규제도 깐깐한 편"이라며 "빗썸과 코인원이 지금까지 농협은행의 요구안을 충실히 이행해 왔기 때문에 큰 무리없이 재계약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깐깐심사' 어려워…"규제 대응엔 오히려 좋다"
가상자산업계 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의 깐깐한 요구에 실명계좌를 획득한 거래소가 다른 은행과 계약을 맺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된 가장 큰 원동력은 가입이 쉽고 편리한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었다는 것"이라며 "나머지 거래소들은 규제가 많고 엄격한 시중은행들과 제휴를 맺었기 때문에 신규고객 유치가 매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앞으로 적용될 특금법 규제에 대응하려면 시중은행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속담처럼. 규제 대응 측면에서는 미리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다"면서 "가상자산을 투자할 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신뢰'인데 이 부분에서 오히려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농협은행 측은 "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계약과 관련해서는 내부적인 사항이라 말씀드릴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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