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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밸리에 'IT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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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를 포함한 대덕밸리는 한 때 우리나라 IT(정보통신)의 중심지였다.

IT강국의 산실로 국내 최대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정보화촉진기금을 운영, 관리하는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 및 국내에서는 유일한 IT 특성화대학인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가 'IT 삼각편대'를 이뤘다.

여기에 ETRI는 'IT벤처 사관학교'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벤처기업을 탄생시켰다. 대덕밸리에서 최고의 기술력으로 무장한 IT벤처기업은 줄잡아 200여개를 넘었다.

그러나 대덕밸리가 'IT의 메카'라는 영광도 잠시뿐 언제부터인가 BT(바이오기술) 등에 밀려 IT는 점점 위축되기 시작했다. 아마도 지난해말 대덕연구단지와 대덕테크노밸리, 대전3.4산업단지가 대덕R&D특구로 지정된 후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IT메카 '아 옛날이여'

최근 대전시는 그동안 역점적으로 추진했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총회 대전유치 프로젝트를 완전포기했다. 이 프로젝트는 내년말 완공예정인 대전컨벤션센터 개소에 맞춰 대전시가 벌여왔던 핵심사업이었다.

이 프로젝트 포기배경은 ITU 총회유치와 관련 정보통신부 등 정부에 약 100억원의 예산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들을 것이 직접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대덕밸리 IT기업 관계자는 "ITU총회는 전기통신 관련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등 관련전문가 4만5천여명이 참석하는 대규모행사로 약 한달동안 열린다"면서 "이 대규모 IT프로젝트의 포기는 너무나 아쉽다"고 말했다.

대덕밸리에서 IT가 침체를 겪고 있는 사례는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다.

ETRI, 대덕연구단지관리본부 등이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인 하이얼사와 약 300억원에 달하는 투자유치를 추진했지만 막판에 무산되는 아픔도 맞봤다. 더욱 아쉬운 것은 하이얼사의 유치무산이 각 기관간 업무추진과정에서 잡음때문이라는 것.

설상가상으로 이젠 대전 유치가 확실하던 기관마저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러브콜에 빼앗길 위기에 처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나노R&D연구센터'

ETRI와 영국 캠브리지대학이 공동으로 설치키로 한 나노R&D연구센터는 당연히 대덕밸리로 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인 제주도, 전라남도, 경기도 수원 등이 유치의사를 밝히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자칫 다른 지자체에 빼길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덕밸리 대표적인 IT기업 C사장은 "요즘 대덕밸리는 IT요람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면서 "대덕에서 IT는 없고 오로지 BT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점점 탄력받는 BT

IT가 침체를 거듭하는 동안 BT는 대전시의 강력한 정책에 힘을 얻어 점점 탄력을 받아가고 있다. BT는 대덕밸리를 대표하는 컨텐츠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17일 바이오타운신축부지에서 염홍철시장, 국회의원, 대학총장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바이오테크노폴리스-대덕 선포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생명공학과 예술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바이오 퓨전쇼'도 선보이는 등 화려하게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대전시는 4대전략 목표로 ▲최적의 기업활동 도시 ▲혁신 연구개발(R&D) 전파도시 ▲첨단의료 시범도시 ▲국제바이오 협력도시 등 4가지를 정하고 공식선포했다.

이와 함께 대전시는 바이오 집적산업화를 위해 생물산업 실용화센터 등 바이오산업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바이오산업 전문대학원, 나노바이오정보전자 연구센터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T에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대전시는 지난 2월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세계적인 암연구소인 미국 프레드허친슨 암연구소 협력센터에 대한 개소식도 가졌다. 대전시는 이 연구소에 약 15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로는 파격적인 규모다.

여기에 한남대학교도 대덕밸리 캠퍼스에 미국 프로메가사 BT교육연구원과 공동으로 BT연구원을 열고 BT산업의 핵심기술 및 생명공학분야 공동연구를 실시키로 했다.

BT벤처타운 '화려' vs IT벤처타운 '지지부진'

IT와 BT간 가장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것은 바로 대전시가 추진하는 벤처타운이다.

대전시는 최근 총사업비 550억원을 들여 대전바이오벤처타운을 열고 중부권의 바이오산업 중심지로 도약하겠다는 의사를 대내외에 밝혔다. 이 벤처타운에는 현재 12개기업이 입주해 활발한 연구개발 활동을 하고 있다.

이 타운에는 국내 최고의 GMP(우수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시설을 갖춰 바이오 의약품 생산과 우수의약품에 대한 국가공인검사까지 할 수 있는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 국내 최대인 230억원 상당의 BT연구 및 분석장비를 갖췄다고 관계자는 자랑했다.

하지만 IT벤처타운의 경우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총 건립비 90억원이 들어가는 IT벤처타운은 대덕테크노밸리가 3천여평의 규모의 부지를 제공한 덕분에 땅만 확보했을 뿐이다.

내년말 완공목표로 추진되고 있지만 사업비마저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언제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부족한 사업비를 빠른 시일내 확보해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시의 BT올인이 문제

그렇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IT요람인 대덕밸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 대전시의 'BT 올인' 정책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실 IT분야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BT는 투자에 대비해 많은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최근 줄기세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가고 있는 서울대 황우석교수를 과학사랑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BT산업에 올인하고 있다.

이와함께 대전시의 편협한 대정부 교류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대전시는 지난해말 대덕R&D특구가 지정된 후 과학기술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보통신부, 산업자원부와는 별다른 채널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같은 정부부처와의 편협한 교류로 대전시는 ITU총회 유치관련 프로젝트를 제대로 추진해 보지 못하고 '정부의 협조부족'을 들어 포기하고 말았다.

이밖에 그동안 대덕밸리벤처연합회장은 IT기업에서 나왔지만 지난해말 처음으로 BT기업에서 배출돼 지나친 BT 우선주의 정책도 IT붕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전=최병관기자 ventu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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