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고정삼 기자] 코람코에너지리츠가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유소를 매각하거나 새로운 용도로 개발하는 등 '주유소 리츠'의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수요 감소와 전기차 확산으로 휘발유 소비가 줄어드는 등 주유소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코람코에너지리츠는 기존 주유소를 물류센터와 친환경 거점으로 전환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오는 2월 15일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주유소 개발사업에 대해 논의한다. 사진은 코람코에너지리츠 모빌리티 리테일 복합센터 예상도. [사진=코람코자산신탁]](https://image.inews24.com/v1/44274ae108cd65.jpg)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오는 2월 15일 정기주주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눈에 띄는 주요 안건은 '부동산개발사업계획'이다. 이 사업은 코람코에너지리츠가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비산현대셀프주유소'를 '모빌리티 리테일센터(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개발해 임대·운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투자금액만 462억원 규모다.
기존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개발할 모빌리티 리테일센터는 단순 로드샵 형태가 아닌 드라이브스루 등 배달 기능이 접목된 리테일 판매점이다. 해당 센터는 전기차 충전소, 배송 관련 스토어, 물류 등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센터가 될 예정이다.
강윤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람코에너지리츠가 추진하는 모빌리티 리테일 센터 개발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유소로 활용하는 것보다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전기차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를 전기차 설비로 바꾸거나 일부는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외진 곳에 위치한 주유소의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지만, 사측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익성 높은 곳 위주로 먼저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코람코에너지리츠는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에 171개의 주유소를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최초 '주유소 리츠'다. 주요 임차인은 현대오일뱅크와 SK네트웍스로, 책임임대구조의 장기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오일뱅크가 전체 연간 예상 임대료 수익의 약 83%, SK네트웍스는 6%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장 전 장기임대차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된 바 있다. 이외에도 QSR(Quick Service Restaurant·패스트푸드)과 기타 임대차계약(전체 연간 예상 임대료 수익의 약 11% 비중)으로 임대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빨라지면서 주유소의 사업모델에도 급격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는 점이다. 운송연료에 대한 수요 의존도가 절대적인 주유소의 경우 전기차 시대의 도래와 함께 석유 수요 감소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같은 변화에 위기의식을 느낀 코람코에너지리츠도 기초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유소를 개발해 모빌리티 리테일 플랫폼으로 탈바꿈 하는 등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앞서 코람코에너지리츠는 보유자산 리밸런싱(자산 재배분)과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전체 자산의 13.48%에 해당하는 금사셀프 외 18개 주유소 자산을 매각한 바 있다. 매각금액은 1천402억원 규모다.
코람코에너지리츠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와 2030년까지 임대차계약이 약정돼 있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안정적인 임대료 수취가 가능하지만, 향후에는 차량들이 전기차나 수소차로 대체될 것이기 때문에 개발행위를 통해 점진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유소 자산들을 밸류업하고 있다"며 "개발 기능이 떨어지는 지방에 위치한 주유소 자산들은 매각을 통해 처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산업동향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내 전기차(BEV) 누적 판매량은 7만1천6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만5천443대) 대비 32.35% 증가한 수치다. 2020년 판매량도 4만6천909대로 집계되며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폐·휴업하는 주유소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전국의 주유소는 1만1천186개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5년(1만2천747개) 대비 12.25% 감소한 수치다. 5년간 약 1천500개의 주유소가 폐업한 셈이다.
도심 거점에 위치한 주유소와는 달리 지방이나 외진 곳에 위치한 주유소의 경우 개발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코람코에너지리츠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아직까지는 국내 전기차 대수가 적은 상황이지만,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전기차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하는 주유소의 경우 위기감이 크다"며 "주유소는 이미 레드오션인 시장으로 과잉 공급돼 있을 뿐만 아니라 전기차 등 절대 다수의 차량이 미래 모빌리티로 바뀌고 있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반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소도 병행하는 등의 개발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기본적으로 고객이 확보돼 있는 곳이 아닌 변두리에 위치한 주유소의 경우 투자비용 대비 수익이 나질 않고 있어, 해당 부지를 개발해 다른 사업으로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고 그는 우려했다.
/고정삼 기자(js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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