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유진 기자] 유럽연합(EU)과 일본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조선 빅딜'이 끝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EU가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공정위도 인수를 '불허'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앞서 로이터 등 외신을 통해 EU 집행위원회가 양사의 기업결합 거부 방침을 세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로이터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른 독점 우려를 완화하기 위한 구제조치를 제출하지 않아 EU가 인수 승인을 거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은 구제조치 제출 마감기한인 지난달 7일까지 EU 측에 세부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에서는 EU가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 기한을 오는 2022년 1월 20일로 정했지만, 세부 방안들을 내놓지 않은 만큼 끝내 기업결합이 무산될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번 공정위의 불허 방침 전망도 이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7월 공정위를 시작으로 6개국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다. 현재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의 승인을 받았으며, EU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에선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 중 단 1곳만 불허 결정을 내려도 양사 기업결합은 무산된다.
EU 심사는 양사 기업결합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는 유럽지역에 선주들이 밀집해 있을뿐더러, EU 심사결과에 따라 공정위와 일본이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현재 EU는 양사가 합병하면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해 관련 시장을 독점할 우려가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CES 2022)에 참석 중인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는 현대중공업그룹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승인을 내지 않은 경쟁당국들이 기업결합 반대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정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합병 추진 배경에 대해 단순 점유율을 늘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것보다 한국 조선 산업 생태계 개선을 위한 판단이었다고 강조했다. 즉, 불허 원인으로 꼽히는 LNG 운반선 시장을 독점하려는 취지가 아니라는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밝힌 것.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이번 기업결합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조선시장은 단순 점유율로만 지배력을 평가하기가 불가하고 특정업체의 독점이 어려운 구조이므로, 앞서 조건 없는 승인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던 3개국(카자흐스탄·싱가포르·중국)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 경쟁당국도 조건 없는 승인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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