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정의란 무엇인가', '공정하다는 착각'의 저자로 유명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를 만났다. 두 사람은 양극화 문제와 함께 최근 한국 청년들 사이에서 화두가 된 '능력주의' 담론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또한 능력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이 후보는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샌델 교수와의 온라인 화상 대담을 진행했다.
그는 "샌델 교수의 저서를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었을 만큼 팬"이라며 "오늘은 교수님께서 우리 사회가 당면한 양극화와 저성장 문제, 그리고 정의와 공정의 관계에 대해 논해 주시는 말씀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샌델 교수는 한국과 함께 전 세계가 처한 양극화의 근본에 능력주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한국을 굉장히 불평등, 불공정한 사회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러한 양극화는 신자유주의에 따른 세계화와 함께, 이러한 사회 체제 속에서 기득권 계층에 진입한 사람들이 (능력주의를 통해) 자신의 성공을 노력의 결과물이라 믿고 자만하는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제 표현방식 대로 말하면 능력주의는 실질적인 공정은 아니지만 형식적으로 공정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한다"며 "과거에는 경쟁을 촉발하고 개인의 성취욕을 채워나가는 데 매우 유용한 역할을 했지만, 지금의 저성장 시대에는 부작용이 많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샌델 교수는 양극화의 극복을 위해 능력주의의 신화를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의 경우, 상위층 1퍼센트 자녀의 입학생 수가 하위 50퍼센트 계층의 입학생 수 보다 훨씬 많았다"며 "명성이 있는 대학에 입학한 것을 성공 수단으로 여겨 꼬리표를 달게 한다면 입시경쟁은 결국에는 부유한 계층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 '스카이캐슬'과 '오징어게임'을 언급하며 "능력주의에 대한 엄청난 결함, 그리고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에게 주는 패배감을 잘 나타내주는 프로그램이었다"고 덧붙였다.
샌델 교수의 지적에 공감한 이 후보는 "우리가 가진 자원과 역량이 특정 소수에 지나치게 편중되고,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은 자원과 기회를 누리지 못하니 결국 의욕을 잃는다"며 "결국 우리 사회가 많은 자본과 높은 교육 수준, 충분한 인프라를 다 갖췄음에도 성장이 정체되고 그것이 다시 기회 부족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그는 샌델 교수에게 능력주의 해소를 위한 정치의 역할을 묻기도 했다. 샌델 교수는 이에 "사회 구성원들이 성공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명성 있는 대학에 입학하게 되지 않더라도 적정한 삶의 수준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정부가 대학에 입학하지 않더라도 기술이나 취업 훈련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해야 하며, 일반 노동자들에게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후보는 샌델 교수와의 대담 후에도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 패널들과 함께 능력주의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취업과 입시 등에서 저학력자, 지방 출신,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있다는 시민의 지적에 이 후보는 "취약층 보호정책으로 피해 입는 사람은 과거에도 있었다"며 "지금 문제가 되는 이유는 상황이 너무 엄혹해서"라고 답했다.
이어 "결국엔 기회 부족이 문제"라며 "지금의 기회부족과 경쟁 격화가 지속되면 극우 포퓰리즘이 나타난다. 그런 사회로 가지 않게 하려면 기회를 늘리고, 심하게 경쟁하지 않을 사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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