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초대 민정수석 '조국 대전'으로 국정 흔들
조국 사태, 3대 김종호·4대 신현수에도 영향
김조원, 1주택 권고에도 '직 대신 집' 논란 끝 교체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아들이 기업 입사지원서에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라고 적어낸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불거진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사퇴했다. 국가 사정(司正)의 최정점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예외 없는 '잔혹사'는 임기말 레임덕(권력누수 현상) 우려를 키우고 국정운영 동력에도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김진국 민정수석의 사의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의 아들 김모 씨는 여러 기업에 입사지원서를 내면서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니 많은 도움을 드리겠다"고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지원서 '성장과정'에 "아버지께서 김진국 민정수석입니다"라고 한 줄만 적거나, '학창시절'란에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 '성격의 장단점'란에 "제가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는 등의 소개글을 작성했다.
이같은 사실이 전날(20일) MBC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김 수석이 이날 출근 즉시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이 즉각 수용하며 사실상 경질한 것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수석이 아들의 입사지원서에 관해서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은 청와대가 확실히 확인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공직기강을 다잡아야 할 민정수석의 역할, 여야 대선후보들의 '가족 리스크'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 신속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조국 사태'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의 잔혹사가 되풀이됐다는 점도 파장을 키웠다.
민정수석실은 ▲공직기강과 부패 여부 점검 ▲대통령이 임명하는 인사의 검증 ▲법무부·검찰과 대통령간 가교 역할을 하는 만큼,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 책임이 막중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의 민정수석실 잔혹사는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중이다. 초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법 집행의 공정성' 우려에도 불구, 2019년 법무부 장관에 내정됐다가 자녀의 대학입시 특혜 의혹,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에 휩싸이며 '내로남불', '조국 대전' 정국을 야기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은 김조원 전 민정수석은 '강남 2주택자'로 청와대 다주택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교체됐다. 청와대 참모에 대한 '1주택 보유' 권고에 잠실 아파트를 시세보다 2억원 비싸게 내놨다가 철회했던 그는 퇴직 시점까지도 집을 처분하지 않아 '직' 대신 '집'을 택했다는 조롱을 받았다.
'조국 사태'는 문재인 정부와 검찰 간 잠재된 갈등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면서 3대 김종호·4대 신현수 전 민정수석 사퇴에도 영향을 줬다.
감사원 출신인 3대 김종호 전 민정수석은 지난해 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을 조율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4개월 만에 물러났다. 신현수 전 민정수석이 바통을 이어 받아 '추-윤 갈등'을 수습하려 했지만 여권과 검찰의 힘겨루기 국면에서 임명 2개월 만에 결국 사퇴했다.
김진국 수석마저 이번 일로 사퇴하면서 그 짐은 고스란히 문 대통령이 떠앉게 됐다.
이같은 민정수석들의 잦은 교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별도의 입장은 없다"면서도 "사정은 있다 하더라도 국민들께서 느낄 정서 앞에서 청와대는 즉시 부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후임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하고 계획한 바 없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