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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컴퓨터를 하나로...'그리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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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13차 국제 그리드 포럼(GGF)이 개막되면서 국내외 그리드 사업에 대한 관심이 다시 한 번 고조되고 있다.

그리드(Grid)란 지리적으로 여러곳에 분산돼 있는 컴퓨터, 대용량 저장장치 및 데이터베이스, 첨단 실험장비 등을 고속 네트워크로 연결해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인터넷 서비스를 말한다. 격자(格子)란 뜻의 이 말은 인터넷 상에서 최고로 발전한 단계의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그리드란 말은 어려운 책의 출판을 맡은 출판사의 편집자가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현재의 인터넷이 비록 거미줄(Web) 처럼 연결돼 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순간은 양 끝단의 연결로만 이뤄지는 것에 비해 그리드는 가용한 모든 자원들, 나아가 인력자원까지도 공유하자는 개념이다. 말하자면 전 세계의 컴퓨터를 하나로 합쳐 하나의 거대한 가상 컴퓨터를 만드는 것과 같다.

예컨대 전기를 보자. 전기는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지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기만 하면 어느 발전소에서 생산되어 공급되는 전기든 사용할 수 있다. 한 지역에서 전력소모가 늘어나면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가 자동으로 공급된다. 만약 집집마다 발전기를 두고 전력을 생산한다면 갑자기 전력소모가 늘어나도 옆집의 남는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

그리드와 비슷한 개념으로 같은 기종의 컴퓨터를 일정지역에서 묶어 사용하는 분산 시스템이 있지만 그리드는 수용 가능한 시스템이 무한대이며, 이기종의 시스템을 기본으로 하며, 접근과 사용이 평등하고 투명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그리드의 장점

컴퓨터를 그리드로 묶으면 여러가지 장점이 생긴다. 먼저 자원 이용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PC 이용률은 그 기능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의 기능은 놀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낭비되는 기능을 유용한 일에 사용할 수 있다면 전체적으로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회사에서는 모의 충돌실험을 위해 값비싼 슈퍼컴퓨터를 구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만약 사무용 컴퓨터의 쓰지 않는 처리용량을 그리드로 묶어 사용한다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수많은 컴퓨터를 묶어서 거대한 능력을 만들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일에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따라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생명공학, 나노기술, 환경기술, 항공우주기술 등 복잡하고 거대한 문제 해석이 가능하게 됐다. 또 세계 곳곳의 전문가들이 함께 연구함으로써 연구기반도 획기적으로 좋아지게 된다.

◆그리드가 가능해진 이유

그리드는 갑자기 발명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발전해온 기술들의 연장선에 있다. 기본적으로 수십 년 동안 분산컴퓨팅이란 이름으로 연구돼 온 기술들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비슷한 개념으로 컴퓨터 클러스터 혹은 클러스터링이 있다. 수십 대 정도의 PC를 묶어서 대규모 과학기술 계산 등에 사용되는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리드 컴퓨팅은 이것을 훨씬 큰 규모로 확장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드가 가능해 진 것은 무엇보다 네트워크가 급속도로 발전한 때문이다. 컴퓨터의 발전속도는 '무어의 법칙'에 따라 매 18개월에 두배씩 발전했지만 네트워크의 발전속도는 매 9개월마다 2배씩 발전했다. 1986년부터 2000년까지 컴퓨터 성능은 약 500배 향상됐지만 네트워크는 34만배나 빨라졌다.

이처럼 발달된 네트워크로 지역적으로 분산된 슈퍼컴퓨터나 연구장비들을 묶어서 공동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해 진 것이다.

◆그리드의 활용 예

대표적인 예가 외계지적생명체를 찾는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분교에서 추진하고 있는 SETI는 지구상에 흩어져 있는 컴퓨터를 연결해 전파 망원경이 수신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작업이다. 단일 컴퓨터로는 도저히 거대한 용량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령 푸에리토리코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 우주로부터 받아 보내오는 데이터는 매일 35G바이트 분량이나 된다. UC 버클리 대학의 컴퓨터가 처리하기 역부족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전세계 놀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에 눈을 돌린 것이다. SETI프로젝트에는 현재 전세계 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신의 컴퓨터로 참여하고 있다.

IBM은 미국 국방부, 유나이티드 디바이스, 액셀리스와 공동으로 천연두 바이러스 후기 전염을 퇴치할 수 있는 신약개발을 위해 '천연두 그리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천연두 퇴치용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유휴 컴퓨팅 자원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그리드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구상대로 전세계 200만대의 PC를 활용해 대용량 가상 슈퍼컴퓨터를 구성할 경우 현재 세계 톱 500 사이트에 등재 돼 있는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보다 30배 이상의 강력한 능력을 갖게 된다.

◆해외의 그리드 연구 현황

미국, 유럽등 선진국에서는 2000년 이후 그리드 관련 연구분야에 정부주도로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또 개별적으로 연구해오던 슈퍼컴퓨팅 관련 연구를 그리드 환경으로 집결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1단계 국가 그리드 사업을 종료한 후, 2단계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1단계에 비해 예산을 2배로 증가시켰다.

◇해외 주요 그리드 프로젝트 현황

프로젝트명 국가 기관 소요예산 기간
TeraGrid 미국 NSF 1억달러(5천300만달러) 04~07(00~03)
NMI 미국 NSF 1천670만달러 02~06
EU Grid EU EC IST-FP6 1억2천500만유로(5천800만유로) 03~07(98~02)
e-Science 미국 DTI 2억1천300만파운드 01~05
NAREGI 일본 AIST 3억6천만달러 03~07
ITBL 일본 RIKEN 1억6천만달러 01~05
China Grid 중국 CAS 750만달러 01~05
()안은 1단계 사업

우리나라도 지난 2002년부터 그리드 사업을 본격 추진해오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예산규모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국내 국가그리드 사업기간 및 연도별 예산(단위 억원)

연도 2002(1차년도) 2003 2004 2005 2006
예산 29 38.7 36.1 27.4 27

정보통신부는 올해는 IT839프로젝트와 연계해 그리드 응용 서비스 발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계획 내용을 보면 영화제작을 위한 렌더링 팜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배가 침몰할 때 가라 앉는 모습, 주위의 소용돌이 등을 정밀하게 계산해 내는 데 고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하다.

또 온라인 게임서버를 그리드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한 대의 컴퓨터가 용량이 초과하면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고 대기해야 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이밖에도 차량용 네비게이션 서비스에 이용해 서버를 그리드 기반으로 연결함으로써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교통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드의 위험성

엄청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그리드는 또 그만큼의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자료유출, 프라이버시, 보안 등의 문제가 먼저 우려된다. 또 그리드의 엄청난 계산 능력이 암호 해독 등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흔히 어떤 암호를 깨려면 슈퍼컴퓨터로 몇 십 년이 걸린다는 얘기를 하곤 하는데 그리드 기술을 이용하면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수월하게 깰 수 있는 것이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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