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규제보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앞서 지난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공식화하고 국제적으로 단일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최근 국내에서도 ESG 공시를 둘러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자본시장 관련 기관들과 전문가들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기준에 따른 ESG공시 확산전략 토론회'에서 ESG 공시 제도 도입 관련 의견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공동 주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SG 경영과 공시는 다른 문제이지만, 단순히 ESG 경영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공시 의무화를 규제의 수단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업의 자발적 공시 유인이 이미 발현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시 강화보다는 유인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ESG 공시 의무화 도입 시기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의무화를 시급하게 추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임재준 한국거래소 부이사장도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보다 자율 규제의 영역에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ESG 정보에 과도한 규제를 적용하면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기업이 소극적으로 공시토록하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좌담회에서 임 부이사장은 "ESG 정보를 공개하는 이니셔티브는 다양하고 풍부한 ESG정보를 선제적 공개하는 것이 검증된 특정 정보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과도한 규제보다는 기업들이 시장의 신뢰를 축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장사 입장에서 ESG 공시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는 현장 의견도 나왔다. ESG 공시 기준을 일원화하고,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속도로 추진해 달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은 "ESG 공시 기준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기준을 만들게 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불안 요인이 될 수 있어 딜레마의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했더니, ESG 보고서를 준비하는데 평균 1억~2억원 가량의 컨설팅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해 ESG공시를 성실히 이행할 경우 공시 위반시 벌점을 줄인다던가, ESG 평가시 가점주는 형식의 인센티브를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윤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정책관은 "ESG공시를 국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특수성을 고려하되 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신중히 접근하겠다"며 "의무화보다는 자율 공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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