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 김사니 감독대행이 사의를 표명했다. 팀의 지휘봉을 잡은 지 3경기 만에 벌어진 불명예 퇴진이다.
하지만 정작 그에게 욕심을 심어준 구단은 마지막까지 뒤에 숨는 비겁한 모습을 보였다. 몇몇 고참 선수들이 항명할 수 있는 배경을 만들어주고 상식 밖의 일처리를 자행했던 것에 대한 책임감과 잘못은 느끼지 못하는 모양새다.
김 대행은 2일 김천체육관에서 열리는 한국도로공사전을 앞두고 이 경기를 마친 후 팀을 떠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이 사태에 대해 저도 책임이 있다. 너무나 죄송하게 생각한다. 저도 반성해야 할 것 같다"라며 "이렇게 불거질 일이 아닌데 저도 한편으로는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저로 인해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생각할 때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라고 사의 뜻을 드러냈다.
김 대행은 지난 21일 구단이 성적 부진과 선수단 관리 등의 책임을 물어 서남원 전 감독을 경질하자 감독대행직에 올랐다. 팀을 두 차례나 이탈해 선수단 내홍을 수면 위로 드러나게 한 장본인임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그에게 팀을 이끌 지휘권을 넘기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했다.
이러한 결정은 V리그 6개 사령탑의 '악수 보이콧' 사태를 불러왔고 팬들을 '트럭 시위' 등 단체 행동에 나서게 했다. 하지만 구단은 대안이 없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내세워 자신들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논란이 커질 게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김 대행 카드를 꺼내는 자충수를 둔 IBK. 차기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서 전 감독 체제로 시즌을 치르는 방법도 있었지만 구단은 전임 감독 경질에만 혈안이었다.
이별 과정에서 예의도 없었다. 팀을 떠나는 사령탑에 김 코치가 대행으로 팀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서 전 감독은 팀을 이탈했던 코치가 선수단을 이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된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구단은 전혀 귀담아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안하무인 자세를 취했다.
팀을 무단 이탈한 것과 전임 감독의 폭언 등을 주장하며 세간의 질타를 받게 된 김 대행이지만 그를 이렇게 만든 것도 구단이다. 썩은 가지를 일찌감치 쳐낼 기회가 적잖이 있었지만 구단은 오히려 거짓말을 일삼으며 이를 품는 선택을 했다.
구단은 몇몇 선수들이 터무니없는 이유로 사령탑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자 이를 잠재우기 위해 이들에게 전임 감독의 계약 기간을 알려주며 달래는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었다.
거짓말도 일삼았다. 무단 이탈을 포장하고자 김 대행이 휴가를 떠났다고 해명하다 사의 의사를 표명한 것이 맞다고 말을 바꿨다. 13일 훈련 중 팀을 떠난 김 대행을 16일 광주 페퍼저축은행전에 참여하게 한 것도 구단이다.
사의를 표하며 팀을 나간 사람이 경기장에 나타날 이유가 없었다. 심지어 경기를 마치고 선수단 버스가 아닌 구단의 차량을 타고 이동해 다시 팀을 떠났기에 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커졌다. 김 대행은 해당 경위를 묻는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팀을 이탈하고도 당당하게 대행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구단이 배경을 만들어주고 욕심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단의 곪아 있던 고름을 짜내려던 지도자가 내팽개쳐지고 이탈자만 남았던 것처럼, 욕심을 부린 사람은 떠나고 욕심은 심어준 이는 여전히 떳떳함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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