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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학부 교육부터 혁신해야 미래인재양성 가능하다"

이용훈 UNIST 총장, 취임2주년 간담회에서 학부 교육 혁신 강조

이용훈 총장이 25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학부 교육혁신'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UNIST]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이공계 학사교육은 여전히 50년 전에 머물러 있습니다. 과거의 교과서로, 과거의 지식을 반복적으로 답습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혁신을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

취임 2주년을 맞은 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은 2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학사교육부터 혁신하지 않으면 연구중심대학의 발전도 이루어질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 연구중심대학은 대학원 중심의 인재육성 체계를 갖고 있지만 과학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어서 대학원 과정에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는 것은 늦었다. 이제 학사과정에서부터 발 빠르게 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총장은 UNIST가 다른 과기원들보다도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과기원 전환 이후 지자체의 지원, 연구시설 인프라에 대한 집중 투자, IBS 연구단 유치 등 전략이 성공적으로 먹혀들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2년 전 취임해 보니 여전히 교육부 산하 일반대학 시절의 관행이 남아 있어 이를 연구중심대학에 걸맞게 혁신하는 게 과제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난 2년을 대한민국 과학기술 교육의 틀을 새롭게 짜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격투기형’ 학사교육을 도입하고자 했다.

‘격투기형’ 교육은 실전에 필요한 기본기만 익힌 후, 링에 올라 직접 문제를 겪으며 배우는 교육방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베이스 러닝(PBL)'이라 부르는 것과 유사하다. 단계별로 전 분야의 지식을 두루 익히는 ‘쿵푸형’ 교육과 대비되는 것으로, 신속하게 문제해결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총장이 '격투기형' 교육을 강조한 것은 과거 지식과 이론보다 최신 분야에 강점을 가진 실전형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국가 과학기술의 미래를 준비하는 과기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핵심은 최신 분야를 신속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실전 경험을 제공하는 것 두 가지에 있었다. 이 총장은 이를 통해 ‘과학기술계 BTS’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팬데믹, 기후변화 등 인류를 위협하는 난제를 해결할 열쇠는 결국 과학기술에 있다”며 “현장에서 바로 문제를 마주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는 과학기술 인재의 공급이 더 빠르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용훈 총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UNIST]

이용훈 총장이 부임한 이후 UNIST는 먼저 전통산업 시대에 맞춰 설계된 기초교과목을 개편하고, 최신 분야에 대한 단기집중강좌를 개설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인공지능·디지털 시대에 맞는 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2021년 2학기부터는 ‘원 데이 렉쳐 시리즈’를 시작했다. 한 달 간 매주 금요일은 모든 강의를 중지하고 특정 주제에 대한 최신기술 강좌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블록체인, 암 치료, 유전자가위 등의 강좌가 진행됐다.

최신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를 익힌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관련 연구를 심화할 수 있는 실전 경험의 기회도 제공된다. 인공지능 스터디그룹을 결성해 지원하는 ‘인공지능(AI) 챌린저스 프로그램(AICP)’에는 총 23개팀, 97명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 각 분야의 연구로 논문을 작성하거나, 글로벌 챌린지에 도전한다. 지역 산업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전문제 연구팀’ 사업에는 170명의 학생이 참가해 26개 지역 기업의 고민을 풀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이 총장은 육성하고자 하는 이공계 미래 인재상으로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를 꼽았다. 하사비스 박사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 게임개발자였고, 이세돌과 세기의 대결을 펼친 구글 딥마인드를 창립한 인물이다.

"그러나 주목할 것은 그의 업적이 아닌 새로운 문제 해결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의 학습 스타일이다. 게임개발자 시절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던 그는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찾았고, 이를 위해 즉시 필요한 공부를 찾아 뛰어들었다. 주체적으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가. UNIST가 키워내고 싶은 인재상이다."

이 총장은 “연구와 산업 현장의 문제를 직접 마주한 학생들은 어떤 공부가 더 필요한지 스스로 느낄 수 있다”며 “자기주도적으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이끌 연구자, 창업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UNIST는 학부 졸업을 앞둔 3, 4학년 학생들에게 기업 현장의 업무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기 인턴십 프로그램(Coop)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네이버, LG전자 등 8개 기업에 18명이 파견됐다. 이들은 기업 파견 전에 관련 연구실에서 사전 교육을 받고, 6개월 이상 근무하며 경험을 쌓는다. 중소기업, 스타트업에서 2개월 간 근무하는 산학연계 프로그램(CUop)에도 매년 3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한다.

창업에 나설 학생들을 위한 교육, 지원도 풍성하다. ‘유니콘 프로젝트’를 통해 예비 창업자에 대한 체계적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실험실 창업 혁신단 사업(I-Corps)’을 통한 연구 기반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이는 학생들이 탄탄한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에 나설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이용훈 총장은 학사교육 혁신과정에서 아쉬웠던 점도 이야기했다. 이 총장은 "해외 선도적인 혁신대학처럼 1학년 1학기는 학점을 없애고 학업을 지속하기 위한 기본지식에 대한 통과/탈락 제도를 도입하려고 했더니, 학생들이 국가장학금을 받기 위해서는 학점이 있어야 한다는 제도적 한계에 부딪혔다"고 토로했다.

또한 기업현장에 파견하는 산학연계 프로그램에 해외에서 유학온 학생들이 비자 문제로 참여할 수 없는 것도 아쉬운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장은 내년 대선이후 정부조직개편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교육부와 과기부가 다시 합쳐지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고 답했다. 교육부 산하 일반대학에서 과기부 산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변신한 역사로 인해 UNIST에는 아직 교육부 관행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그는 과기원에 주어진 자율성을 최대한 발전적으로 활용해야 세계적인 혁신대학의 반열에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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