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투기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LH를 해체수준의 혁신을 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전락했다. 투기 의혹을 받던 직원들이 줄줄이 풀려난 데다 당초 계획보다 감축인력도 줄었다. 여기에 LH 조직개편안은 여전히 표류 중이다.
2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8월 공청회 이후 확정하려고 했던 LH 조직개편안에 대해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비핵심 기능 폐지, 인력감축, 일부 사업 조정 등에 대한 세부 혁신안은 마련했지만 정작 핵심인 조직개편은 답보상태에 빠졌다.
당초 정부는 지난 7월 당정협의를 통해 마련한 세 가지 개편안을 공개했다. 당시 정부는 ▲토지와 주택·주거복지 부문으로 병렬 분리(1안) ▲주거복지와 토지·주택 부문으로 병렬 분리(2안) ▲주거복지와 토지·주택 부문의 모·자관계 수직 분리(3안·정부안)을 내놨지만, 정치권의 반대에 부딪혔다.
공청회에서도 설익은 개편안을 추진하다가 주거복지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신중론이 대두됐다. LH 직원의 단계적 감축 방안이 발표되자 본사가 위치한 경남 진주 지역사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정부는 3가지 안을 사실상 폐기하고 LH에 대한 중장기적 개편안 논의를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성남 대장동 특혜 개발의혹 사태가 터지면서 LH 조직개편안 논의는 사라져버렸다. 관련 의혹이 불거지면서 2021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LH 개편안이 아닌, 대장동 의혹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대장동 의혹으로 이제는 오히려 공공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는 여론까지 형성됐다.
내년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공급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LH 조직을 개편할 경우 자칫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결국 토지적성평가 검증업무를 한국국토정보공사(LX)로, 주택공급통계 업무가 한국부동산원으로 이관하는 등 소폭 개혁만 진행되고 있다.
그러는 사이 LH 개혁 강도는 후퇴하고 있다. 당초 정부는 LH 혁신안을 발표하며 2천명의 인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감축계획을 수정,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원 1천64명을 감축하기로 확정하고 시기를 정하지 않은 채 1천명 수준의 정원을 추가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설상가상으로 LH 사태로 기소된 직원들은 줄줄이 풀려나고 있다. LH 직원 출신과 그의 지인 등 3명이 최근 1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받았다. 이들은 LH 재직 중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개발예정지역에 있는 땅 25억원 어치를 미리 사들여 77억원 수익을 거둔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이 때문에 검경이 권력의 눈치에 부실수사한 것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투기 혐의로 기소된 LH 직원의 대출금은 회수조차 못했다. 경찰은 '경매 1타 강사'로 알려진 LH 직원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경찰 한 관계자는 "최근 LH 직원의 무죄 선고는 공소장 변경 차원의 판결로 항소심에서는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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