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文 '방북' 요청에 응답
8회 주요연설 나서 백신·기후대응 리더십
각국 10차례 회담했지만 미·일 빠져… 靑 "불발 아냐"
[아이뉴스24 김보선 기자] '비행거리 총 2만2천800km, 29시간 25분 비행.'
문재인 대통령이 이탈리아, 영국, 헝가리를 방문해 다자 외교를 마친 뒤 5일 귀국하는 가운데 청와대가 밝힌 7박9일 간의 순방 기록이다. 비행거리로는 지구 반 바퀴가 넘는 일정이었다.
앞서 지난달 28일 순방길에 나선 문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로마에 도착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한 것을 시작으로 하루 평균 5회, 총 33회의 공식일정을 소화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부다페스트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순방의 성과는 크게 한반도 평화, 코로나 극복과 경제 회복, 기후변화 대응 등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교황 "북한 기꺼이 가겠다"…한미·한일회담 없이 마무리
프란치스코 교황 단독 면담은 이번 순방의 첫 공식일정인 만큼 관심을 모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자리에서 방북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문 대통령이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요청한 데 대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기꺼이 가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에 앞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게 조우한 자리에서도 교황 면담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얘기했다.
다만 한미, 한일 정상 간 별도 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청와대는 순방 기간 문 대통령이 교황, 교황청 국무원장, 유럽연합(EU), 프랑스, 호주, 독일,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폴란드 등 총 10회에 걸쳐 각국 정상과 별도로 회담을 갖거나 예방·면담했다고 밝혔지만, 미국과 일본은 포함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과는 2~3분간 짧게 조우했다. 청와대는 현지에서 '바이든 대통령 회동' 관련 별도의 서면브리핑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고 계신다"라고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교황 방북에 대해 언급은 오갔지만 대북 대화 재개의 중대 모멘텀이라 할 수 있는 '종전선언'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는 당초 계획했던 일이 틀어진 게 아닌 만큼 '불발'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날 KBS1 라디오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한일이든 한미든 언제든지 만날 것이고 만날 때가 되면 만나지 않겠나"라며 "회담의 불발이라고 하는 언론의 표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은 "G20이나 COP26이나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다자회의에서 한일정상회담을 왜 안 하느냐, 그것이 불발됐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너무 빠른 얘기"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지에서 "(일본) 기시다 총리의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참석이 최종 단계에 결정됐고 영국 글래스고 체류도 시간이 매우 짧았다"며 한일 정상의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고 전하고 "한일 정상이 회담이나 회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지 찾아볼 것"이라고 했다.
◆G20, COP26 등 총 8회 연설
문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 여덟 차례나 주요 연설에 나섰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30~31일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내년 중반까지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부합하도록 연내 전 세계 인구 40% 이상이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하고, 내년 중반까지는 이를 70%까지 높이겠다는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백신 공여 노력을 전하고 백신 제조 허브로서 공급 확대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어 1~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는 한국의 2030 국가온실가스 40% 감축 목표, 국제메탄서약 가입, 2050 국내 석탄발전 폐지 등을 선언했다.
2~4일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 이후 20년 만에 헝가리를 국빈 방문해 야노쉬 아데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경제, 과학기술, 기후·환경 분야 등에서 협력을 강화한다.
헝가리·슬로바키아·체코·폴란드 등 비세그라드 그룹(V4)과도 정상회의를 갖고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미래 유망산업을 중심으로 과학기술, 에너지·인프라, 문화·인적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부다페스트를 떠나며 SNS에 올린 글에서 "양국관계가 깊어질수록 2년 전 (헝가리 유람선 사고로) 목숨을 잃은 우리 국민 스물여섯분의 넋도 덜 외로우시리라 생각한다"며 "다시 한번 고인들을 추모하며 수색과 구조에 힘쓰고 슬픔을 함께 나누어주신 헝가리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보선 기자(sonnta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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